각자의 상황에 따라 짧을 수도 있고, 무척 길 수도 있는 연휴가 다가옵니다!☀️ 저는 모처럼 서점에 들러 한가득 책을 사왔어요. 이건 쉬는 날 몰아서 읽을 책, 이건 밤에 누워서 읽을 책, 저건 커피 마시며 앉아서 읽을 책…….📚 ‘병렬 독서’의 늪에 빠져 그날그날의 기분과 듣고 싶은 음악에 맞춰 책을 고르게 되었는데요. 위픽이야말로 병렬 독서에 최적화된 시리즈 아니겠어요? 가볍고, 술술 읽히고, 선택지도 많고요! 자고로 병렬 독서를 하려면 세 권 정도는 골라줘야겠죠. 여러분의 마음속에 병렬로 놓일 위픽은 무엇인가요?😎
“나 같은 이들이 모여 만든 것이 선언문 갤러리였다.” 이미상 작가님의 〈셀붕이의 도〉가 5월 7일까지 연재됩니다. “우리는 서로를 셀붕이라고 불렀다. 셀은 인셀 할 때의 셀, 붕이는 우리가 서로를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 둘을 합쳐” ‘셀붕이’라는 별명을 만든 ‘중수’는 ‘선언문 갤러리’의 네임드 유저입니다. 선언문 갤러리는 ‘비자발적 독신자(Involuntary celibate)’, 즉 ‘인셀’이라 여겨지는 남성들이 스스로 때로는 타인의 “경직된 생각을 불에 달궈 부드럽게 녹이고 두드려” 계몽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선언문을 올리는 곳이지요. 폄하되고 왜곡되고 내몰린 이들이 모여든 밥상에서 셀붕이 중수가 소리 내어 선언문을 읽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남성 영웅의 형상을 제안하며―미시마 유키오와 대량 총기 난사범의 결합”. 쏟아내지 않으면 내가 망가져버릴 것 같은 때, 고개 숙여 배꼽을 보시겠습니까? 턱을 들고 단상 위에 올라가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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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만이 줄 수 있는 섬세한 위로”를 순도 높은 경질의 문장으로 눌러 써가며 제14회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한 함윤이 작가님의 신작 단편소설, 엄마로부터 훔친 ‘뼛조각’🦴을 한 손 꽉 그러쥐고 태어난 우리 곁 작은 도둑 이야기 〈소도둑 성장기〉를 공개합니다.
‘나’는 조그맣고 하얀, 그렇지만 신생아의 주먹을 채우기엔 충분한 뼛조각을 들고 태어났습니다. 의료진은 엄마에게 그것이 배아 발달 과정에서 탈락한 세포가 석회화된 거거나, 태아가 본래 가졌던 기형종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엄마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죠. 엄마는 내가 당신의 뼈, 그 일부를 훔쳤다고 확신했습니다. 나는 기억할 순 없지만 그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이 나의 첫 도둑질이었음을 직감합니다.
어릴 적 시장통에서 슬쩍한 금귤🍊 하나, 축구부 애들이 번갈아 쓰던 방석, 교실 창가에 놓인 베고니아 화분 등 ‘두 주먹으로 쥘 만한 크기, 즉 양손에 담을 수 있는 사물’이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훔쳐왔던 나는 성인이 된 후 도서관에서 엎드려 자던 사람의 초콜릿을 훔치려다 처음으로 ‘성준’에게 걸리고 맙니다. 훔치는 행위가 곧 자신이라 여기며 살아온 나는 성준의 속없는 검거에 무방비하게 무너지고, 무언가를 훔칠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 제지를 가하는 성준이 의아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준과의 자리에서 그가 느릿한 손짓으로 건넨 고급스러워 보이는 반지 상자🎁 하나를 열어 보게 되고, 그 안에서 반짝이는 플라스틱―
눈과 눈을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자신이 성준의 쌍둥이 형이라는 작자가 나타나 나에게 성준이 갖고 있는 ‘엄마의 눈’👁️을 훔쳐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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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도둑질
그것은 남의 몸속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나는 3.2킬로그램. 태지와 피로 범벅된 몸이 진분홍색으로 빛났다. 개중 가장 빨간 입으로 오랫동안 악을 썼다. 양 주먹은 힘껏 움켜쥔 채였다. 오른 주먹은 쉽게 풀렸으나 왼손은 그렇지 않았다. 이런 일을 수없이 겪어본, 아마 젊고 아름다우며 피로에 찌들었을 간호사들이 내 양편에 서서 왼손가락을 하나하나 펼쳐냈다. 그 안에 작은 게 들어 있었다. 엄마는 하얗게 갈라져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뭐예요? 간호사들이 엄마를, 그다음 다시 내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조그만 뼛조각이 들어 있었다. 성인의 손톱보다 더 작고 얇았으나 신생아의 손바닥 안에서는 꽉 차 보이는 조각이었다.
나를 받았던 의사는 추후 곤란한 얼굴로 상황을 설명하려 애썼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본인에게도 어떤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배아 발달 과정에서 잘못 떨어져 나온 세포가 석회화된 듯 보인다고 했다. 그러니까 양수 속에서 태아와 이탈 세포가 함께 머무르다가 같이 나온 거죠. 그도 아니면……. 그는 연신 땀을 닦으며 말했다. 마찬가지로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물론 그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이지만, 이 뼛조각은 태아가 본래 가졌던 기형종(teratoma)의 흔적일지도 모른다고.
엄마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얼마 뒤에 검사한 엄마의 뱃속은 별 이변 없이 깨끗했다. 내 몸속 역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엄마는 내가 들고 나온 조각이 이탈 세포나 기형종의 흔적이 아닌, 그 자신의 뼈처럼 보인다고 느꼈다. 곧 엄마는 내가 태어나면서 당신의 뼈 일부를 훔쳤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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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외근도 많고 약속도 많은 주간이었습니다. 날이 좋아서 더 자주 바깥을 돌게 되는 것 같아요. 주말엔 ‘계절의 떡볶이’라는 지인과의 소모임에서 ‘봄’을 맡고 있는 저의 지도 아래 두끼를 가보았는데요. 오랜만에 먹는 즉석떡볶이라 그런지 너무 맛있더라고요. 님은 떡볶이 좋아하시나요? 최애 떡볶이는 어디인가요?🍛 또, 서이제 작가님의 《바보 같은 춤을 추자》도 무사히 출간되었고, 햇살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에폭시 글자가 참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았어요. 다가오는 《살인 편지》의 마감 역시 준비하고 있어요. 아가사 크리스티 《스타일스 저택의 죽음》을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아주 흡족하게 볼 만한 웰메이드 클래식 추리소설이랍니다! 각 장에 따라붙는 ‘의미심장한 편지’가 주된 테마인데, 디자이너님과 여타 협업 부서의 메일과 메신저가 이 책의 주인공이 겪는 공포를 체감시켜주고 있긴 하지만……😱
🥐 레아 : 모처럼의 비 없는 주말, 가족들과 함께 경주에 다녀왔어요. 경주의 고즈넉한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를 여행 메이트로 선정했고요!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어야 비로소 계산 가능한 세월인 천 년을 고스란히 버틴 것들을 돌아보면서, 옛날에 놀러 왔을 때는 저 고분 위에 올라가서 놀았던 것 같은데 그때 좀 재미있었다……🤭 같은 천벌받을 생각을 했어요. 요즘은 완벽한 안드로이드와 고지능 문어 사이에서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SF 스릴러를 편집하고 있어요. 습관적으로 챗GPT에게 모르는 개념에 대해 알려달라고 질문하다가 “왜 그렇게까지 수고를 들여 기계를 인간처럼 만드는 거죠? 그냥 인간을 만들어내는 건 거의 비용이 들지 않잖아요?”라는 문장을 읽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 이상형으로 개조한 안드로이드와 호감형 인간 둘 중 한 명하고만 사랑할 수 있다면 누구를 고를 것인가?🤔 님의 선택은?
🍙 서니 :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지난 금요일에는 급하게 반반차를 쓰고 친구와 불광천을 걷고 월드컵공원에 다녀왔어요. 요즘은 틈만 나면 바깥을 마구마구 걷고 싶어져서 가방에 책 한 권 넣어 산으로 들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언제나 카페에 앉아 끽독(!) 시간을 가집니다. 독서 모임 친구들은 각자 있는 곳에서 책을 읽다 재밌는 걸 발견하면 카톡을 보내주는데요, 이번 주말에는 한 친구가 《죽음의 로그인》을 찍어 보냈어요. “인생이란 내가 할 일 없을 때 잠깐 관심을 쏟는 일일 뿐이야. (…) 그러니까 인생이라는 무료한 게임에서 내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성취를 거두는지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아.” 현실은 가짜고, 다른 어딘가만이 ‘진짜’야, 이런 생각 자주 하시나요? 오늘처럼 긴 연휴를 앞둔 날이면 그런 생각이 더욱 더 강해져요.😭 끝내주는 가상 세계로 도망가고 싶으신 님께 하나의 꿀팁🍯을 드립니다.(속닥속닥) 오늘은 바로 영화 〈파과〉 개봉일이자 권희진 작가님의 위픽 《일단 믿는 마음》 출간일이랍니다!
🐿️ 소연 : 드디어 보았습니다ㅠ 네 바로 그것을요ㅠ 구병모 작가님과 함께 영화 〈파과〉 VIP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뮤지컬로 만날 때도 무척 떨렸는데 영화는 오랜 기다림 때문인지 전날 잠도 설칠 만큼 떨렸어요. 이혜영 배우의 폭발적 존재감은 말해 무엇하며…… 투우, 류, 손실장, 해우(영화에서는 다른 이름이에요!), 강선생, 해니까지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에 넋을 놓고 봤어요. 민규동 감독님이 무려 136고(조각이 늑대인간이었던 버전도 있었다고ㅎㅎ)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다시 써가며 만드신 작품인 만큼, 소설과 닮은 점, 다른 점을 찾으며 보다가 포기하고 어느 순간부터 완벽하게 영화에 몰입한 저를 발견…… 원작을 사랑하는 독자들도, 또 원작을 아직 안 보신 분들도 모두모두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오늘 개봉입니다. 어서 영화관으로 달려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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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연 : 여러분, 영화 〈서브스턴스〉 보셨나요? 〈서브스턴스〉가 화제가 되면서 함께 역주행한 소설이 바로 위픽의 《몸몸》입니다. 여성의 몸에 관한 이야기라는 면에서 여러모로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많은 작품이에요. 이 소설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을 만큼 강렬한 소설이었어요. ‘적나라하다’라는 표현이 딱 맞을 만큼,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복잡한 심리를 엄청난 밀도로 그려내어 읽는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느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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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몸》을 처음 접했을 때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과 바디 포지티브를 담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두 번, 세 번, 네 번 거듭해 읽을수록 실제로는 몸이라는 감옥 속에 단단히 갇혀버린 ‘마음’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의 말〉에서도 “몸은 가장 오래된 마음의 병”, “나는 내 피부 바깥으로 0.1밀리미터도 나갈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듯이, 몸이라는 정신병에 대한 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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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낌지’가 뱃살에 콤플렉스를 느끼기 시작한 건 유치원 때부터였어요. 금붕어처럼 볼록한 뱃살 때문에 “옷을 벗을 때, 씻을 때, 함께 누울 때, 내 몸이 더는 숨겨지지 않는 ‘결정적 순간’에 노출될 때”마다 공연히 흡 하고 숨을 들이쉬어야 했지요. 낌지는 인터넷에 올라온 다이어트 후기를 보다가 충동적으로 지방흡입을 결심합니다. 수술을 통해 낌지가 바꾸려는 건 겨우 볼록 나온 배 하나뿐이 아니라 인생 전체였어요. “이제부터는 모든 게 달라질 거야.” 평생을 시달려온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이 되고 말 것 같은 기분으로, 낌지는 수술대에 오릅니다. 과연 수술 후 낌지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요? 정말 모든 게 달라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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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직 제가 이 소설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읽을 때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여러분도 이 책의 제목처럼, 한 번만 읽지 마시고, 몸몸, 몸몸몸, 몸몸몸몸 거듭해서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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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련, 작가 인터뷰에서
제가 스스로를 긍정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이유 가운데 저의 몸은 없어요. 적어도 아직까지는. 제가 저의 몸을 근거로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제게 자기긍정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제가 저의 몸을 미워한다는 의미도 결코 아닙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저는 바디 포지티브도 네거티브도 아닌 ‘바디 그대로티브’(방금 만든 말)인 것 같아요. 이건 제가 제 몸을 오랫동안 미워한 후에 겨우 다다른 합의점인데, 제 몸과 저는 이제 마치 크게 싸운 적도 없고 싸움을 걸어볼 만큼 친해본 적도 없는 서먹한 친척 같아요. 그런데도 저는 늘 제 몸과 함께 있고요. 이 어색한 동거를 늘 기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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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자락, 삶의 점검이 필요한 순간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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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86 서이제 《바보 같은 춤을 추자》
“알아볼 사람들은 서로를 다 알아본다고.”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고픈 영혼들, 있었는데 없었던 사람들의 헛헛한 진심에 관하여
위픽 87 권희진 《일단 믿는 마음》
“네 탓만은 아니겠지만 네 탓도 있겠지 원래 다 그런 거야”
제14회 문지문학상 후보작 〈걷기의 활용〉 권희진 신작 단편소설
위픽 88 정이현 《사는 사람》
"똑같은 척하는데 사실은 다른 거, 그게 제일 싫어."
현대인의 불안을 정교하게 직조하는 도시적 감수성의 대가 정이현 작가 신작 소설
모르는 새 내가 팔아버린 것과 내가 빼앗긴 것, 그리고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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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만난 페미니즘’ 권김현영X모래 합동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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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고고, 🥐 레아, 🐬 도리, 🍙 서니, 🐿️ 소연, 🐣 쎄오리, 🌈 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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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착하게 살자.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도리 : 당신의 가슴에 위픽 새기는 마케터.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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