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연휴, 잘 쉬고 돌아오셨나요? 다시 일상에 착착 적응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5월도 어느덧 한가운데인데, 아침저녁으론 쌀쌀하고 낮엔 더운 날씨에 여기저기 감기 소식이 들려오네요. 건강 챙기시고, 따뜻한 차 한잔 잊지 마세요. 저는 어쩌다 보니 요즘 전주와 인연이 깊어졌습니다. 전주국제사진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전주에 갈 일이 또 생겼지 뭐예요. 바로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 아침엔 콩나물국밥 한 그릇 뚝딱, 점심엔 쓱싹쓱싹 전주비빔밥, 한옥마을 한 바퀴 돌고, 저녁엔 가맥집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위픽 몇 권 가방에 챙겨 가면 완벽한 하루가 되겠죠?
“무엇을 훔칠 때에야 나는 비로소 안전했다.” 함윤이 작가님의 〈소도둑 성장기〉가 5월 21일까지 연재됩니다. ‘나’는 뼛조각을 들고 태어났습니다. 엄마는 내가 당신의 뼈, 그 일부를 훔쳤다고 확신했습니다. 나는 기억할 순 없지만 그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이 나의 첫 도둑질이었음을 직감합니다. ‘두 주먹으로 쥘 만한 크기, 즉 양손에 담을 수 있는 사물’이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훔쳐왔던 나는 성인이 된 후 도서관에서 엎드려 자던 사람의 초콜릿을 훔치려다 처음으로 ‘성준’에게 걸리고 맙니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이 성준의 쌍둥이 형이라는 작자가 나타나 나에게 성준이 갖고 있는 ‘엄마의 눈’을 훔쳐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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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로 출판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에세이스트 백세희 작가님의 첫 소설 〈바르셀로나의 유서〉를 위클리 픽션에서 공개합니다.
100만 부가 팔린 책을 쓴 작가인 ‘샘’은 어느 날, 스페인어판 번역자인 ‘파울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메일을 받습니다. 샘의 책은 30개국에 번역되었지만 번역자로부터 만나자는 요청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샘은 책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합정역 인근 카페에 향합니다.
그런데 웬걸, 파울라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돌아볼 만큼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샘의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해요. 예쁜 사람 앞에서는 약해지고 기가 죽고, 발아래 레드카펫을 깔아준 뒤 들러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샘에게 파울라는 동경과 열등감을 모두 불러일으키는 존재였죠.
동경과 열등감, 내가 이상하고 잘못됐다는 감각, 죽고 싶으면서도 살고 싶은 마음은 샘의 오랜 짝꿍입니다. 어렸을 적 눈에 띄게 예쁜 언니의 평범한 동생, 반에서 가장 예쁜 아이의 ‘괴물’ 같은 친구로 지냈고, 엄마는 샘을 거울 앞에 세워두고 “예쁘지 않다”고 투덜거렸어요.
게다가 파울라는 얼굴만 예쁜 사람이 아닙니다. 드라마로 배운 한국어는 한국 사람보다 잘하고, 유튜브로 배운 영어도 능숙하게 사용해요. 물론 번역을 할 만큼 책도 열심히 읽고요. 아름답고 어리고 똑똑하고 빛나는 파울라가 자신의 고향으로 샘을 초대했을 때, 선뜻 비행기에 올라탄 샘은 신적으로 아름다운 존재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 그리고 샘난 마음으로 부풀어 올라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샘은 마음처럼 파울라와 함께 이곳을 즐기지 못하고, 무기력감에 빠져 이윽고 유서를 쓰고 맙니다.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은 파울라와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샘. 두 사람은 마치 죽고 싶은 샘과 살고 싶은 샘의 줄다리기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샘은 바르셀로나에서 파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과 끝끝내 화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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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라는 내 무기력을 이해해줬고 난 사흘간 밖으로 나가지 못했어. 매일 집착하듯이 실내에서든 실외에서든 거울만 보느라 거울이 너무 싫어졌어. 그치.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것만큼 불행한 건 없지. 그런데 진짜로 내가 나를 싫어하는 걸까? 아니면 지금 이 상태를 싫어하는 걸까? 아니다. 어리고 말랐을 때도 난 늘 불만투성이었어. 팔뚝이 두꺼워. 골반이 없어. 허벅지가 두꺼워. 어깨 라인이 예쁘지 않고 거북목이야.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아 등등. 지금은 그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면 108배라도 할 텐데. 생각해보면 단 한 순간도 나에게 만족했던 적이 없는 거야. 헐.
바르셀로나에는 비가 잘 오지 않는다는데, 지금은 비가 와. 블라인드 끝부분이 철로 되어 있어서 바람이 불 때마다 창틀에 부딪히는 탓에 창문을 열 수가 없어. 빗소리를 듣고 싶은데. 그래서 아주 우울했어.
난 결국 나를 이길 수 없을 거 같아. 그래서 유서를 썼어.
미안.
참 우습다.
그리고 종이를 찢어발겨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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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드디어! 21세기 애거서 크리스티, 다가올 여름 필독 스릴러 《살인 편지》를 마감했습니다. 정말 제 편집 인생 최초 그리고 최고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질 책이라서 기대가 아주 커요. 흐흐🩸 연휴에는 한창 연재 중인 함윤이 작가님의 〈소도둑 성장기〉 교정을 봤습니다. 교정지에 적힌 90이란 숫자가 뜬금없이 묵직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정말 많은 관심 아래 90개의 이야기를 써주신 작가님들, 노고를 말하자면 입 아픈 동료분들,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90도로 꾸벅 인사를 드립니다!😭 참, 이번에 미루고 미뤘던 장기 프로젝트도 하나 시작했어요. 바로 타투 제거인데요. 늘 생각만 하다가 지난 연휴 1회 시술을 받았답니다. 부위가 크면 수면 마취를 할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시술이라 겁을 잔뜩 먹었지만 손에 쥐여주신 인형을 꼭 잡고 버티면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고 금방 끝나더라고요! 그것보다 다 지우려면 족히 1년 6개월은 걸릴 거라는 의사 선생님 말이 더 무서웠……( ఠ ͟ʖ ఠ)
🥐 레아 : 한동안의 위.없.날(위픽 없는 날)을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책’(최고!😍)과 함께 보낸 뒤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음 위픽 마감을 준비하면서, 요즘은 문어🐙 생각에 빠져 있어요. 인간만큼 똑똑한(!) 문어가 나오는 SF 소설의 화면교를 보고 있거든요. “공포: 저 괴물들은 어떻게 말하는 걸 배웠을까?” 똑똑하고 아름답고 무시무시하면서, 상상 속 외계인보다도 이질적인 존재인 문어를 묘사한 문장들을 한 줄 한 줄 다듬어 나가요. 그러다 보면 예전에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아쿠아리움에서 봤던 문어가 계속 떠오르는 거 있죠. 작은 수조에 갇힌 문어는 되게 심심해 보였는데, 제가 가까이 다가가니까 팔을 뻗어서 수조에 붙인 손가락 끝을 따라오는 거예요! 인사를 건네는 것 같기도 했고 자기를 보러 온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게 놀아주는 것 같기도 했어요. 우연이 아니었어요. 저 말곤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제가 지나가니까 팔을 거두고 조용해졌거든요. 그 문어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요? 무척 궁금해집니다.
🍙 서니 : 위픽 단행본 마감이 없던 꿀 같은 한 달을 뒤로하고, 무한마감지옥이 시작되었습니다. (숙연……) (이후로 한동안 리포트 원고를 이어 쓰지 못하다……) 마감 지옥 사이에 미뤄둔 미팅들을 재개할 결심을 했습니다. 〈보이즈플래닛2〉가 시작된다는 소식 속에 아이돌 오디션 살인 사건(!) 《디 아이돌》 서귤 작가님께 우리 야구 보러 언제 가냐고 여쭤봤고요(작가님은 한화 팬은 아니지만 한화 야구를 열심히 보고 계셨대요…… 낮아지는 티켓팅 확률……). 지난달 출간된 사이비에 빠져 실종된 여동생을 찾는 언니의 이야기, 《일단 믿는 마음》 권희진 작가님과도 늦은 책거리를 해야 해요. 다음 달 장편소설 출간을 앞두고 있는(서프라이즈!🎈) 《라비우와 링과》 김서해 작가님과도 ‘느좋’ 카페 투어를 가기로 했는데……. 이 모든 것을 연이은 마감 사이에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들지만, 그래도 작가님들을 만나 책 이야기 할 생각에 신도 납니다.🤍 일이야 뭐, 미래의 제가 다 해내지 않겠어요……(잘 모름……).
🐿️ 소연 : 〈파과〉 영화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영화와 함께 원작 소설 《파과》, 그리고 외전 《파쇄》까지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어요. 영화 덕분에 좋은 점은 바로 평소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구병모 작가님을 자주 뵐 수 있다는 것! 알라딘 만권당 TV의 새로운 코너 문학알집에 구병모 작가님이 출연하셨고요. 조각과 투우의 만남만큼이나 긴장감 넘치는 구병모 작가님과 민규동 감독님의 대담이 씨네21에 실렸습니다. 사진을 뚫고 나오는 두 분의 강렬한 카리스마, 느껴지시나요? 그리고 ‘텍스트 힙’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힙스터 취급을 받는 이 트렌디한 세상에서, 여러분은 지금 힙 중의 힙, 위픽과 함께하고 계십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책따’라며 놀림받았는데…… 지금은요? 인터뷰 요청이 쏟아져요. 일단 감격의 눈물 좀 닦고요ㅠㅠ 그럼 오늘도 힙하게, 위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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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된장, 우엉, 연근 등 음식 이름을 지어주면 오래 산다는 둥 건강이, 행복이 등 직설적으로 불러야 이름 따라간다는 둥 이름에 관한 속설은 많고도 많죠. 여러분은 반려동물이 있다면 어떤 이름을 붙여주고 싶으신가요? 스텔라, 오십원, 양말…… 고양이가 엄청 등장하지만 사실 “개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라는 금정연 작가님의 《모두 일요일이야》를 읽으며 같이 생각해보아요.
※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므로 책에 삽입된 고양이 회화를 살짝 공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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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에서 인사를 건네는 이름 없는 고양이 _금정연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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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게 시작되고 느닷없이 끝나며
어느 일요일, ‘나’는 ‘양말’이라는 고양이의 밥을 챙겨달라는 ‘P’의 부탁으로 ‘혹스’와 함께 길을 나섭니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한 두 사람은 수중에 열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문을 열기 위해 열쇠공을 부르기로 하지요. 그런데 ‘고양이의 밥을 주려는데 열쇠가 없으니 문을 따달라’라는 얼토당토아니한 말에 열쇠공이 비싼 출장비를 요구하는 거 아니겠어요? 어쩔 수 없이 전 재산을 털어 들어간 집에선 양말을 잃어버리기에 이릅니다. 그때 다리 사이로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열려 있는 창문이 눈에 들어오고 ‘나’는 끔찍한 상상을 펼치게 돼요. 피를 흘리며 떨어져 죽은 양말과 어릴 적 내게 처음으로 ‘우리’의 의미를 알려준 ‘현칠이’의 모습 같은 것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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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좋아하고 말을 잘 더듬고 울기를 잘하던 ‘현칠이’와 ‘나’는 열두 살의 일요일. 차 밑에서 삐용삐용 우는 고양이를 구조해 ‘오십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어요. 그러나 사소하게 시작되고 빠르게 깊어지는 어린이의 우정이 으레 그렇듯, 둘 사이 역시 어느 시간, 사건을 기점으로 느닷없이 끝나버리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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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하게 기억되는 너와 나의 우정
그렇게 한바탕 상상이 끝나고 다시 양말을 잃어버린 그 집. ‘나’와 친구들은 “얼어날 일은 일어났고 우리는 끔찍한 죄책감 속에서 세상의 종말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듯이” 밤낮으로 술을 먹고 또 먹었어요. 그리고 ‘나’는 잠결에 “……는 ……에 있어……?”라는 말소리, 그러니까 사라진 줄만 알았던 ‘양말’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자신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후려치며 “현칠이는 어디에 있어?”라고 따지듯 묻는 목소리에 ‘나’는 또 다른 일요일, ‘고양시’로 이사를 갔다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이제는 도무지 모르겠는 ‘현칠이’에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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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현칠, where the fuck are you, man?”
‘나’와 고양이, ‘나’와 ‘현칠’의 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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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연, 작가의 말에서
늘 개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정확히 말해, 내가 소설을 쓴다면 그것은 개에 대한 소설이 될 거라고 믿었다. 조금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믿음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나는 우스꽝스러운 걸 사랑하고, 따라서 내가 쓰는 소설이 개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소설이 아닐 리 없다고. 지금도 나는 〈정말로 야무진 데가 없는 개를 위한 전주곡〉이 그런 소설이었을 거라고 믿고 있다. 내가 그것을 쓰는 데 실패하지만 않았다면 분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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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자락, 삶의 점검이 필요한 순간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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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86 서이제 《바보 같은 춤을 추자》
“알아볼 사람들은 서로를 다 알아본다고.”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고픈 영혼들, 있었는데 없었던 사람들의 헛헛한 진심에 관하여
위픽 87 권희진 《일단 믿는 마음》
“네 탓만은 아니겠지만 네 탓도 있겠지 원래 다 그런 거야”
제14회 문지문학상 후보작 〈걷기의 활용〉 권희진 신작 단편소설
위픽 88 정이현 《사는 사람》
"똑같은 척하는데 사실은 다른 거, 그게 제일 싫어."
현대인의 불안을 정교하게 직조하는 도시적 감수성의 대가 정이현 작가 신작 소설
모르는 새 내가 팔아버린 것과 내가 빼앗긴 것, 그리고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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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고고, 🥐 레아, 🐬 도리, 🍙 서니, 🐿️ 소연, 🐣 쎄오리, 🌈 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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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착하게 살자.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도리 : 당신의 가슴에 위픽 새기는 마케터.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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