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5월의 끝자락에 닿았습니다. 초록은 점점 짙어가며 여름을 준비하고 있고요. 계절은 언제나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이런 변화의 순간마다 문학은 우리에게 또 다른 감각을 선물합니다. 계절이 마음을 흔들듯, 한 문장이 하루를 멈추게 하기도 하고, 오래전 기억을 불러오기도 하지요. 바로 지금 여기에 어울리는 이야기들,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문장들을 위픽에서 만나보세요.
“난 결국 나를 이길 수 없을 거 같아. 그래서 유서를 썼어.” 백세희 작가님의 〈바르셀로나의 유서〉가 6월 4일까지 연재됩니다. 100만 부가 팔린 책을 쓴 작가인 ‘샘’은 스페인어판 번역자인 ‘파울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메일을 받습니다. 파울라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돌아볼 만큼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샘의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해요. 샘은 늘 무엇이든 예쁜 것이 좋았어요. 하지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예쁜 것들의 목록에 언제나 자신은 빠져 있었어요. 동경과 열등감, 내가 이상하고 잘못됐다는 감각, 죽고 싶으면서도 살고 싶은 마음은 샘의 오랜 짝꿍입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샘은 마음처럼 파울라와 함께 이곳을 즐기지 못하고, 무기력감에 빠져 이윽고 유서를 쓰고 맙니다.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것만큼 불행한 건 없어.” 샘은 자기 자신과 끝끝내 화해하고 돌아올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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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자 작가로, 누구보다도 이 시대를 예민하게 감각하며 탐색해온 이현석 작가님의 신작 소설 〈고백의 시대〉를 위픽에서 공개합니다. 쉴 새 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인 시간들을 통과해, “정신을 착실하게 부식시켜” 온 글쓰기와 “우리를 수선하기 위한 도구”였던 소설에 대해 사색합니다.
어느 소설 창작 수업에서 처음 만난 ‘나’와 ‘너’는, 책과 글쓰기와 소설 그 사이의 어딘가를 헤매며 함께 술을 마십니다. 의사이자 작가인 ‘나’와 출판사 직원인 ‘너’는 가장 사랑하는 것들 때문에 괴로울 때마다 서로 의지하면서 자조하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병든 놈들이 좋은 예술 하고, 좋은 예술 하면 없던 병도 생기더라.” 건강하게 나쁜 예술 하기로 마음먹어 놓고도, 스스로를 감동시킬 만한 글을 찾아 헤매던 ‘나’는 결국 한 글자도 더 쓰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이 빌어먹을 출판사, 더는 못 다니겠다”던 ‘너’는 녹사평에 작은 바를 차립니다.
쓰지 못하는 원인이 좋은 예술을 하고자 하는 욕심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작가로서 타인에 대해, 의사로서 환자에 대해 어디까지 쓸 수 있고, 어디서부터는 쓸 수 없는지 고민합니다. 저마다의 고민과 해석과 의견, 혹은 ‘민원’ 속에 갇힌 소설들. 소설이, 예술이 정신을 갉아먹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쪽으로 향하는 마음을 거둬들이지는 못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더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끝내 알아내지 못한 채로 두 사람의 잔잔하고 우울하고 조금은 낙관적인 일상이 흘러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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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조각 난 개인들이 조금씩 생각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 삶을 수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내내 젊기만 할 줄 알았던 나는 그러한 태도를 견지해야만 인간으로서 가치 있는 삶이라고 믿었어. 그러므로 소설도 나만을 수선하기 위한 것이 아닌, 우리를 수선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야.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패기였다. 사람이 삶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오글거림은 감수해야 한다지만, 흑역사를 펼쳐 읽고 나니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당시만 해도 내가 쓴다는 행위를 정말 사랑했구나, 정도. 앞으로 무엇을 더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연서는 연서의 대상이 사라졌을 때 냉큼 불살랐어야 했는데 무엇이 아쉬워 나는 그대로 두고야 말았지. 너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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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기다리고 기다리던 《살인 편지》가 출간되었습니다. 실물로 만난 책이 너무 멋있어서 몇 번을 쓰다듬었는지 모르겠어요.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어……”라는 일명 ‘행운의 편지’를 받아보신 분 있나요? 《살인 편지》에는 마치 한 장의 엽서 같은 독특한 모양의 띠지를 벗겨야만 볼 수 있는 음산하고 기묘한 메시지가 있어요. 이 특색 있는 이야기를 활자 밖으로 끄집어낼 순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책을 집어 든 순간부터 띠지를 벗기고 표지를 넘기는 과정 모두에 소설적 경험을 불어넣어 보았답니다! 기쁨도 잠시, 조그마한 주먹 안에 그보다 더 작은 뼛조각을 그러쥐고 태어난 아이 이야기 《소도둑 성장기》의 마감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아이의 ‘탄생 설화(?)’를 읽을 때마다 왜 이렇게 아기장수 우투리가 생각나는지…… 하하. 님도 기억……나진 않겠지만 전해 들은 탄생의 순간이 있으신가요? 얼마 전 태어난 인생 20일 차 제 조카는 아무도 태몽을 꾸지 않아서 아직도 태몽 수배 중이랍니다!🤣
🥐 레아 : 《고독한 용의자》의 흥행을 즐기면서 《고백의 시대》 홈페이지 연재와 단행본 마감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어요. 지난 주말에는 모처럼 모든 폭탄(교정지라든가, 교정지라든가, 교정지……)이 제 손을 떠난 틈에 마음 편히 샤이니 콘서트를 다녀왔어요!🥰 이번 샤이니 신곡의 제목은 〈Poet│Artist〉이고, 콘서트 콘셉트는 에세이고, 메인 구조물은 책 모양이어서 영혼이 다시 사무실로 소환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시적인 제목과 아티스틱한 카피를 고민하던 세상에서 잠깐 엔터테인먼트의 세상으로 도피해보려고 했을 뿐이었는데……(우는 거 아니에요……. 정말일걸요?🙄) 콘서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제 인생에 15년 가까이 존재해온 가수들은 여전히 똑같은 자리에서 같은 노래를 이전보다 아름답게 불렀습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동행과 함께 교자를 먹으면서 저도 《고백의 시대》 속 주인공처럼 질문해봤어요. “앞으로 무엇을 더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 서니 : ‘셀붕이’에 빠진 요즘……. 도서전 대담 참고 자료라는 핑계로 온갖 셀붕이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어요. 아동 청소년기에 소셜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을 다룬 《불안 세대》를 읽고(이 책을 읽다 보면 요즘은 정말 ‘SNS’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라는 말을 써야만 할 것 같아요) 《경험의 멸종》을 이어 읽고 있습니다. 최근 몇 주 〈그것이 알고 싶다〉도 셀붕이 특집이나 다름없어 틈틈이 챙겨 보았고요. 히키코모리를 비난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겠지만, 저는 밀려난 사람들을 보면 자주 그 편에 서고 싶어지기 때문에 남자 셀붕이가 등장하는 《죽음의 로그인》과 여자 셀붕이가 등장하는 《마유미》를 나란히 두고 이야기할 수 있어 아주 기대되고 설렙니다.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 날, 6월 22일 일요일에 우샤오러 작가님과 이희주 작가님을 모시고 〈환상에서 로그아웃하기〉를 주제로 인터넷이 유일한 믿을 구석이 된 이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사전 예약 없이 현장 접수로 진행된다고 하니 오가며 타이완관 들러주세요!
🐿️ 소연 : ((((((마감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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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로또 당첨을 꿈꾸는 직장인 주목!💥
🍙 서니 : 님, 오늘 하루 안녕하신가요? 사무실에서 이 메일을 읽고 계시다면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만족하시는지……. 만족스럽든 만족스럽지 않든 직장을 옮기기 위해 지원 서류를 쓰고 면접을 보는 일련의 과정은 상상만으로도 지치게 만들죠. 개중에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역시 면접이 아닐까 싶은데요. 면접은 신입이나 경력직이나 매한가지로 힘든가 봐요. 경력 13년 차 마케터인 오늘의 주인공 ‘리아’도 아주 명쾌하게 말합니다. “나는 판에 잡힌 잡 인터뷰가 싫다. 아니 잡 인터뷰가 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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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회사의 인수, 합병으로 해고될 위기에 처한 리아는 “잘리기 전에 다른 배로 갈아타”기 위해 두 군데 회사에 지원합니다. 첫 번째 회사의 2차 인터뷰에서 떨어졌을 때까지만 해도 “평소였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회사”였다며 아무렇지 않았지만, 꼭 가고 싶었던 두 번째 회사 ‘Z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느껴질 만큼 기뻤지요.
하지만 대표와의 ‘5차’ 인터뷰에서 떨어지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한 세 번째 회사의 면접일. 오늘만큼은 정말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마른침을 삼키는 리아의 앞에 앳된 얼굴에 레게 머리를 하고 손가락과 손목에 문신이 있는 면접관 ‘TT’가 나타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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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라 한국어가 서툴다며 자신을 ‘TT’라 불러달라던 그는 “만약 유명 게임 캐릭터가 될 수 있다면 어떤 캐릭터가 되고 싶어요?”라는 질문으로 면접을 시작합니다. 판에 박힌 잡 인터뷰 같은 건 싫다고, 뻔한 자기소개 대신 “편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TT. 속이 좋은 건지 고도의 심리전을 시도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리아는 조심조심 TT의 질문들을 건너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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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오늘은 잘해보자! 하고 출근길에 나서도 오후가 되면 아침의 다짐 따위는 까맣게 잊은 채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있다면…… 퇴근길엔 《잡 인터뷰》를 손에 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생생하게 묘사된 환승의 지긋지긋함 덕분에 내일 하루 정도는 더 버텨볼 수 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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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이강 인터뷰〉에서
Q. (전략) 즉, 엿 같은 일은 늘 일어나고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이 엿 같은 일을 지나치거나 넘어설 궁리를 해야 하지요. 이게 엿 같다고 생각하면서도요.
이는 또한 “언젠가 옛 상사가 자기는 똑 부러지게 자기 의견을 얘기하면서도 보스라는 이유만으로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직원이 좋다고 말했다”는 구절과 같은 냄새를 풍기는 듯해요. 어쨌거나 최종 승복하는 자세라는 것이요. 물론 저마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겠으나, 조직 안에서 최종 결정권자가 아닌 한 이러한 처세술은 상호간의 정신 건강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가 싶었어요. 그것이 뜻대로 잘되느냐 아니냐는 다른 문제이지만요.
결국 회사 생활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잡 인터뷰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들고, 이 소설은 작가님께서 선배 사회인으로서 주는 나름의 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뭐, 엿 같은 일은 늘 일어나죠”라는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하신 의도를 작가님께 직접 듣고 싶습니다.
A. 뭐, 엿 같은 일은 진짜 늘 일어나니까요(웃음). (중략) 우리의 삶은 예측 가능하지 않고 부조리한 일들로 가득합니다. 성인이 된다는 건, 밥벌이를 한다는 건, 그리고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그렇게 부조리한 ‘엿 같은 일’의 경험치가 쌓이는 과정 아닐까요. TT와 리아가 말하는 엿 같은 일은 그들이 일하는 세계에서 겪는 부조리함에 대한 냉소적인 표현이겠죠. 동시에 상황을 정당화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력한 표현이기도 하고요.
(스포 주의!)로 옮긴 리아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상상해봅니다. 아마도 엿 같은 일은 계속 일어날 거고, 매달 월급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삶이 계속되는 한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겁니다. 씁쓸하지만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회사 생활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잡 인터뷰의 연속 같다고 하신 말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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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자락, 삶의 점검이 필요한 순간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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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86 서이제 《바보 같은 춤을 추자》
“알아볼 사람들은 서로를 다 알아본다고.”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고픈 영혼들, 있었는데 없었던 사람들의 헛헛한 진심에 관하여
위픽 87 권희진 《일단 믿는 마음》
“네 탓만은 아니겠지만 네 탓도 있겠지 원래 다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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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88 정이현 《사는 사람》
"똑같은 척하는데 사실은 다른 거, 그게 제일 싫어."
현대인의 불안을 정교하게 직조하는 도시적 감수성의 대가 정이현 작가 신작 소설
모르는 새 내가 팔아버린 것과 내가 빼앗긴 것, 그리고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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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고고, 🥐 레아, 🐬 도리, 🍙 서니, 🐿️ 소연, 🐣 쎄오리, 🌈 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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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착하게 살자.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도리 : 당신의 가슴에 위픽 새기는 마케터.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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