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자마자 끝났다는 소식과 함께, 아침부터 뜨거운 햇볕을 마주합니다.☀️ ‘기후 위기’ 네 글자가 마음을 콕콕 찌르는 기분이에요. 오늘만큼은 귀찮다고 종이컵 쓰지 말고, 꼭 텀블러를 씻어서 쓰자고 다짐해봅니다. 더워지는 만큼 파란색 표지를 입은 ‘여름’⛱️ 책에 손이 더 가는 계절이죠! 오늘은 눈부신 파랑🌊을 입은 여름 위픽으로 시원한 독서 어떠세요? 얼음🧊을 동동 띄운 음료 한 잔을 텀블러에 담아 마시면서요!
“낸들 아나. 뭔가 사정이 있겠지.” 김유원 작가님의 〈와이카노〉가 7월 16일까지 공개됩니다. 대구의 재래시장에서 27년 동안 손칼국수집을 운영해온 ‘선희’에게 설거지 담당으로 마음 맞춰 일해온 ‘경숙’이 퇴직금을 요구합니다. ‘누가 시장에서 일하면서 퇴직금 타령을 하나’ 싶어 황당해하던 선희는 소설가 딸 ‘해리’에게 전화해 하소연하고, 해리는 주는 게 맞는 거라며 되받아칩니다.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던 선희는 이후 경숙과의 문제가 해결되고 해리에게 연락합니다. 의기양양한 선희의 목소리 너머로 해리의 흐느낌이 들려오고, 딸의 흐느낌에 선희는 생각합니다. 소설이 잘 안 써지나? 생활비가 부족한가? 삶이 고된가? 뭔가 맺힌 게 있는 것 같은데…… 니 와이카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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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으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고, 〈반의반의 반〉으로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전 세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백온유 작가님의 신작 단편소설 〈연고자들〉을 위픽에서 공개합니다.
여느 때와 같은 하루, 횡단보도를 건너던 ‘윤아’는 벼락처럼 ‘태화’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보육원에서 친남매처럼 자라 “적당히 수습할 수 있을 정도로만 휘청거리며 모범적으로 자립”하여 서로를 둘도 없는 가족이라 여겨온 윤아에게는 도무지 실감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가족이 없어 무연고 시신으로 분류된 태화를 인도받기 위해 구청 직원과 옥신각신하는 중에도 윤아가 태화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 태화가 매일 밤 윤아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태화가 스스로의 죽음을 알고는 있는지, 왜 매일 밤 태화의 집도 여자 친구 ‘지현’의 집도 아닌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지 물을 수 없었던 윤아는 태화가 찾아온 2주 동안 밥상을 내고 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삶에 너무 많은 불행이 있어 울지도 하소연하지도 억울해하지도 않고 담담해진 이들.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곧 결코 가족이 아님을 가리킨다는 잔인한 진실을 두 사람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요. 다만 서로를 점유하고 장악하려 하고, 비할 데 없이 끈끈하고 소중하면서도 가끔씩은 서로의 삶에 행패 부리기를 바라며 휘청휘청 유약하지만 끈질긴 거미줄 위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습니다. 서로의 연고가 되기 위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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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주 보육원 뒷마당에 마련된 쉼터에 앉아 우유에 제티를 타 마셨다. 쉼터는 아이들이 앉아서 쉬라고 만든 작은 정자였는데 덩굴이 기둥을 타고 올라가 처마까지 덮었다. 가지치기를 제때 해주지 않아 풀이 우거져 있었고 멀리서 보면 아주 큰 둥지 같았다. 쉬라고 만든 공간이었지만 그곳에 앉으면 머리나 어깨에 벌레가 툭툭 떨어진다고 아이들은 절대 그곳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쉼터는 우리들만의 아지트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둘 다 벌레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에 송충이나 거미가 떨어지면 그것을 잡아서 관찰하곤 했다. 내가 태화야, 이것 봐, 하고 그 애를 부르면 흐리멍덩하던 태화의 눈빛에 별안간 불이 켜졌다. 나는 그게 좋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게. 그 애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 자체가 거짓은 아니었지만 나를 결코 저버리지 않을 누군가가 생겼다는 사실에 더욱 고양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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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교정 더하기 교정 더하기 교정의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영상미가 살아 있는 김유원 작가님 위픽 〈와이카노〉의 오케이 교정을 보내놓고 나니, 환상 콤비 추리 수사물 《블랙 서머》의 표지가 마침 도착해 있습니다. (아니 《살인 편지》도 그렇고 왜 자꾸 이렇게 빨리 주시는 거죠……?) 근데 이걸 어째. 너무 예뻐요!!! 일단 색감이 미쳤고, 밝으면서도 스산한 배경이 묘하게 영화 〈미드소마〉를 떠올리게 만들어요. 이번 표지에도 살짝 특별한 장치를 넣어보려고 요리조리 구상 중인데, 다음 주 레터에서 더 자세히 공개해보겠습니다! (/ω\)
🥐 레아 : 찬호께이 작가님과 함께하는 《고독한 용의자》 온라인 북토크를 마쳤습니다! 너무너무 재밌었는데 혹시 오셨나요?😁 작가님의 입담과 통역으로 함께해주신 한영동 통역사님의 센스 덕분에 웃다가 시간이 다 갔어요. 언제 다시 찾아올 기회일지 모르니 하고 싶은 질문을 잔뜩 준비했는데, 마감이 목전인 지금 기억나는 것은 “마감을 정해두면 나중에 꼭 소설의 완성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후회하더라. 이제 마감일을 정해두지 않는다”고 하셨던 답변뿐이네요……. (기약 없는 기다림만큼 잔인한 게 또 있을까요?😭) 언젠가 만나게 될 차기작에 대한 미련을 놔주고, 마감이 목전에 닥친 《바닷속의 산》 교정지를 보고 또 보는 중이에요. 엄청난 밀도를 가진 536쪽짜리 하드 SF소설! ‘진 주인공’이 분명한 안드로이드 에브림과 거의 사랑에 빠질 뻔했어요. 곧 서점에서 만나요!
🍙 서니 : 《여름은 고작 계절》이 출간 일주일 만에 2쇄에 이어 3쇄까지 쭉쭉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자분들이 200퍼센트, 300퍼센트의 마음을 보내주시는 건 큰 행운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통했다! 하는 기쁜 마음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백온유 작가님의 〈연고자들〉 교정지를 펼쳐 들었습니다. 공포 소설의 플롯(소중한 사람이 죽는다-슬픔에 잠겨 살아나기를 기도한다-늦은 밤, 무언가가 집 문을 두드린다)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같은 재료로도 각기 다른 모양을 빚어내는 소설가의 대단함 같은 걸 느꼈달까요. 공포 없는 공포 소설, 사랑 없는 사랑 소설 〈연고자들〉과 함께 무더위 씩씩하게 헤쳐나가시길요!
🐿️ 소연 : 마감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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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월급쟁이 직장인이라면 월말 혹은 월초를 기다릴 수밖에 없죠. 바야흐로 얇아졌던 지갑이 다시 통통하게 살 오를 한철! 그리고 그럴 때면 등줄기가 오싹하게 나를 훑고 지나가는 문구가 떠오르는데 바로 《돈 안 쓰면 죽는 병》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병’은 실제 신체적 증상과 진단을 동반하는 ‘플람마’라는 질병인데요. 이러한 정보 없이 처음 메일을 열어 원고의 제목을 마주했을 때, 제 발 저리듯 명치부터 울컥 하고 올라오던 감각은 정말이지 잊기 힘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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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면서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44 사이즈의 고급 원피스를 중고 거래하기 위해 한 남자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그는 ‘나’를 보자마자 팔려던 원피스를 들고 튀어버리죠. 망연자실한 ‘나’는 자신이 이런 쓸모없는 것들을 악착같이 사 모으는 이유가 ‘플람마’라는 병 때문임을 고백합니다.
원인 불명, 백신 미개발. 최근 전 세계로 퍼진 소위 ‘돈 안 쓰면 죽는 병’인 플람마는 머리에서 자란 혹이 어느 순간 불꽃을 일으키며 펑, 하고 터져버리는 무시무시한 질환이에요. 지금까지 밝혀진 혹의 성장을 늦추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할 때 나오는 도파민뿐. 그러니까 ‘나’는 더욱 처절하게 무용한 것들에 돈을 쓰며 혹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중이었던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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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악마와도 같은 이 질병에 순기능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과소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2030 은둔 청년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노인 고용이 높아졌으며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돈은 바로 시장에 나와 내수가 진작된 것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늘 좋은 중고 물품을 싸게 판매하던 ‘불주먹’이 올린 의문의 나눔글을 보게 되고, 나눔을 위해 방문한 불주먹의 집에서 자신에게 원피스를 팔던 ‘젠틀맨’을 다시 마주칩니다. ‘나’와 ‘젠틀맨’은 ‘불주먹’이 나눔하려는 물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요. “인자한 얼굴의 반쪽이 터져서 날아간 모양을 하고 있는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할아버지” 모습의 거대 조각상이었거든요.🗿
그 순간 ‘나’는 살기 위해선 저것을 사야 한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껴요. 10평 남짓의 작은 원룸엔 결코 들어갈 리 없는 그것을 ‘나’는 차지할 수 있을까요? 바닥을 보이는 잔고에도 ‘나’는 과연 플람마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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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서 “소설가의 삶을 꾸려간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낀 지 오래되었고” 그것이 “늘 돈, 돈의 문제”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고백한 용기와 “돈에 관한 소설을 쓰자, 이 원한을 한 편으로 끝낼 수는 없다”는 선언 같은 창조적 재치 가득한 이두온 월드, 아직 입장 안 하셨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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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두온, ‘작가의 말’에서
이 자리에서 고백하지만 저는 소설을 구상하기 전 작은 범죄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소설을 계속 쓰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 그리고 건강이 필요합니다. 작가의 삶을 꾸려간다는 것은 이 조건들을 감당해낸다는 의미일 텐데, 저는 이 문제에 있어 무력감을 느낀 지 퍽 오래되었습니다. 늘 돈, 돈이 문제였어요. 돈에서 시작된 문제가 다른 조건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책을 많이 파는 작가가 되어 이 고통을 뚫어야 하는데 그럴 길은 요원해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생각했습니다. 독자들께 사정을 하고 생떼를 부려볼까. 들인 노력과 지속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책 사줘용” 하고 말하는 게 낯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제 정당성과는 별개로, 이런 불경기,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책을 산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할애, 금전적 지출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몸을 누일 공간을 토막 내며, 밥을 몇 끼 굶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 좀 슬퍼졌습니다. 그러므로 소중한 독자들께 책을 사달라고 요구하느니 범죄를 저질러 창작 비용을 마련하자고 생각한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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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의 시작, 세 편의 고백하는 이야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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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89 함윤이 《소도둑 성장기》
“무언가를 훔칠 때에야 나는 비로소 안전했고.”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 함윤이 신작 소설
채울수록 공허해지는 결핍과 우리 곁 작은 도둑의 외로운 성장 드라마
위픽 90 백세희 《바르셀로나의 유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예쁜 것들의 목록에 언제나 나는 빠져 있었다
“난 결국 나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그래서 유서를 썼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첫 소설
위픽 91 이현석 《고백의 시대》
“앞으로 무엇을 더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나를 수선하는 도구였던 소설은 사실 나를 찌르는 바늘이었다
그래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토해내듯 고백하는 문장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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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고고, 🥐 레아, 🐬 도리, 🍙 서니, 🐿️ 소연, 🐣 쎄오리, 🌈 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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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착하게 살자.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도리 : 당신의 가슴에 위픽 새기는 마케터.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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