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 죽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 작년 이맘때쯤 읽던 책을 다시 꺼내 들었어요. 바로 《폭염 살인》. 더위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대한 책이에요. 1년에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50만 명이나 된다는 놀라운 사실. 80억 지구인이 모두 이 책을 읽으면 지구의 온도를 1도쯤 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달력을 보니 내일이 어느새 입추네요. 본격적인 휴가철, 멀리 가기 어려우신 분들은 당일치기로 경기도 양평에 있는 스타벅스 더양평DT를 추천드려요. 스타벅스X에센셜X위픽 조합이라니…… 새롭게 꾸민 사일런트 룸에서 에센셜의 음악 큐레이션과 함께 한강 전망(제가 먼저 가봤는데요 끝내줍니다!)을 바라보며 읽는 위픽이란! 짧은 여행, 잠깐의 휴식, 조용한 하루의 틈에서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시원한 바람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나를 보라고, 내가 여기에 있다고, 누구 없냐고.” 김홍 작가님의 〈곰-사냥-인간〉이 바로 오늘까지 연재됩니다.
하루에 5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산으로 향한 ‘준혁’. 그가 맡게 된 일은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을 찾는 수상한 일이었어요. 한편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연구원인 ‘영주’는 CCTV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곰을 목격하게 되는데요, 이 곰 조금 이상합니다. 심지어 넥타이도 매고 있었다고요! 어디서부터 사람이고 어디까지 동물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된 세계에서, 곰 씨는 결국 어디로 가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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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실패로 달려가는 길목에 배치된 이야기들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화자의 갈팡질팡하는 마음 곁에 나란히 서서 그 마음을 물끄러미 응시하게 되는 독특한 힘”으로, 희망도 절망도 아닌 얼마간 행복하고 적당히 불행한 우리 삶의 면면을 거친 듯 섬세하고 웃긴 듯 애달프게 그려온 김유나 작가님의 단편소설 〈공〉을 공개합니다. “인생 참 징글징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연민과 욕망, 순응과 복종, 양심과 생존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직장인 병석 씨의 일일에 동행해보시겠어요?🚶🏻♂️
회식 자리만 깔리면 추태를 부리는 사람들과 달리 만취 상태에서도 단정한 자신의 성정과 교양에 큰 자부심을 느끼던 병석은 깊은 숙취에 시달리던 어느 날 아침, 자신의 집 안을 전속력으로 왕복하는 시츄 한 마리를 만나게 됩니다. 샀거나, 주웠거나, 훔쳤거나. 병석은 47년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개를 보며 아연실색한 채 지난밤 입은 바지 주머니를 뒤져 펫숍 영수증을 찾아냅니다. 기억은 없지만 애써 사 온 싸구려 개집을 두고 빨래 바구니 속에서 잠든 시츄가 귀여워 만져볼까 하다가도, 출장이 잦고 거래처 십 분 대기조 영업 사원의 처지를 떠올리며 병석은 시츄를 환불하기로, 만약 환불이 안 된다면 돌려주고 오기로 마음먹어요.
그러나 3개월령 강아지답지 않게 설사를 반복하던 시츄는 점차 안 좋아지고 진료를 맡긴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오고 말아요. 며칠 뒤 거래처 안 대표와 떠날 원정 골프에 대비해 연습을 하고 있던 병석은 신중한 자세로 백스윙을 올리고 빠르고 정확하게 다운스윙을 내치며, 헤어진 전처와 자기 몰래 경쟁사로 이직한 박 과장, 한시가 다급하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를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공을 날려버렸는지, 그 책임은 날아가 어디에 가닿는지. 그리고 생각합니다. “네 팀엔 노는 놈이 너무 많다. 하나씩 털어내라”는 정 이사의 말과 정 이사가 내민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맞댔던 순간까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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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석이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지난밤 자신이 벌인 일을 떠올리려 애쓰는 내내, 그에게 고민을 안겨준 존재는 바쁘게 병석의 집 안을 휘저으며 제 할 일을 했다. 병석은 눈앞에 돌아다니고 있는 손바닥만 한 새끼 시츄를 바라보았다. 초면이었고, 병석은 47년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개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치다꺼리, 번거로움, 부담스러움. 그게 병석이 내린 개란 존재에 대한 결론이었다. 시츄는 그런 병석의 결론이야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친화력을 과시하며 병석의 종아리를 긁고, 낑낑 소리를 내고, 깡! 하고 짖어도 본 뒤, 미동하지 않는 병석을 시시한 존재로 인식하곤 혼자 놀기 시작했다. 침대 끝에서 현관까지, 또 현관에서 침대까지 전속력으로 왕복하다가 어디선가 물어온 노란색 뼈다귀 모양 장난감을 아이보리색 카펫 정중앙에 툭, 내려놓고 헥헥대며 병석을 쳐다보곤 그것을 물어 뒤집고 돌고 내리 찍으며 맹렬하게 놀았다. 그러곤 병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엉덩이를 살짝 내리더니 오줌을 눴다.
하하.
병석은 웃었다. 그는 화가 나면 웃는 사람이었다. 손을 뻗어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둔 안경을 낀 병석은 카펫 위에 새겨진 세 점의 노란색 얼룩을 추가로 발견했다. 병석은 기도하는 모양으로 맞잡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그는 울고 싶을 때면 주먹을 쥐는 사람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츄는 자신의 유일한 관객인 병석의 웃음소리에 스스로를 치하하듯 카펫에 등을 비볐고, 취약 지점인 배를 훤히 드러낸 채 데굴데굴 구르다 천장을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끔뻑이더니…… 그대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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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마감과 미팅이 겹치며 약간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위픽 레터 발행일이 다가왔습니다. 그사이 김유원 작가님의 《와이카노》도 출간되었는데, 빈티지한 색감과 가운데 턱 하고 박힌 ‘니’라는 한 글자가 참 매력적이에요. “막막한 이해보다 먹먹한 오해를 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와이카노》 많관부! ♥️ 그리고 드디어 우리 ‘행동 대장’ 워싱턴 포와 ‘브레인 오브 브레인’ 브래드 쇼의 협동 쾌감 추리소설 《블랙 서머》를 마감했습니다. 처음 제목을 듣고 무조건 먹구름의 ‘블랙’과 비구름의 ‘핑크’를 대비시켜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감다살 디자이너 도비 님이 이번에도 더 멋지게 구현해주셨답니다. 표지가 어찌나 예쁘고 스산한지 몰라요…….😱 무더운 여름, 오싹한 트릭과 통쾌한 반격이 함께하는 이 책으로 피서해보는 건 어떨까요?
🥐 레아 : 《바닷속의 산》 출간 후 약간의 여유를 이용해 틈새 휴가를 다녀왔어요. 특별히 여행을 다녀온 건 아니고,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수다 떤 게 다였지만요. 혹시 문어 좋아해……?🐙 《바닷속의 산》 틈새 홍보도 잊지 않고요! 오은, 유희경 작가님의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천천히 와》 북토크에서 필사라는 것을 처음 해봤는데, 문장을 눈으로만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어요. 정말 고요한 몰입의 시간을 갖게 해주더라고요. 북적거리는 광화문 교보문고 한가운데에서 말이에요! 긴 문장을 손으로 쓰는 게 너무 오랜만이다 보니 손끝이 굳은 듯한 기분도 들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한 필사책 두 권을 만났으니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겠죠?🙄
🍙 서니 : 오은, 유희경 시인의 신간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천천히 와》 첫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두 분의 만담을 듣고 10분간 직접 필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출간 전 원고를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써보니 책 속 문장들이 부쩍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요. 그야말로 “마음이 마음을 움직이는 시간”이었달까요. 늦은 밤, 펜의 움직임에 손을 맡기고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봅니다.📝
🐿️ 소연 : 오은 에세이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과 유희경 에세이 《천천히 와》가 사이 좋게 나란히 출간되었어요. 실물깡패입니다. 180도 펼쳐지는 누드사철제본, 표지는 액자처럼 깊이감이 느껴지도록 두꺼운 하드보드지에 타공을 했고요. 본문은 5도 인쇄에 필사하기 좋도록 도톰한 모조지를 사용했습니다. 책을 꿰매는 실 하나까지도 깔맞춤을 위해 디자인 팀장님과 제작 팀장님이 직접 동대문에 가서 사온 진심이 담긴 책입니다. 서로의 책에 ‘친구의 말’을 더해주었고요, 장고딕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일러스트, 오은 시인의 손글씨와 유희경 시인 어머니의 손글씨까지. 한 권 한 권 온갖 사연으로 꿰매진 책입니다. 사연 없는 사람 없고, 사연 없는 책 없다지만, 이토록 사연 많고 이토록 진심 가득한 책은 참 드물 거예요. 지난 30일 광화문 교보문고 카우리테이블에서 두 시인과 함께 필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책도 직접 보셔야 하지만, 오은과 유희경 시인은 꼭 직접 만나야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 놓치셨더라도 아쉬워 마세요. 북토크 소식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곧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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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배계화! ……여름이었다.
🥐 레아 : 요즘 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과 함께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옛말을 한껏 즐기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의 마스코트인 더피와 서씨는 민화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는데, 예전부터 작호도를 사랑해온 사람으로서 어찌나 반갑던지요. 까치와 호랑이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것, 전통적인 것 하면 떠오르는 ‘괴력난신’도 여럿 있는데요. 도깨비, 구미호, 산신령…… 이 엄청난 행렬에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또 있다면 바로바로 이무기!
오늘의 위픽은 물속에서 천 년을 지내면 마침내 여의주를 물고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는 전설 속 구렁이, 이무기 여름과 비늘증이라는 병을 앓으며 괴롭힘을 당하던 소녀 계화의 오래된 사랑 이야기 《계화의 여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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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는 천 년이라는 긴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용이 될 수 있는데, 기다린다고 해서 아무 구렁이(?)나 승천시켜주는 것도 아닙니다. 이무기가 용이 되려면 승천하는 순간을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된대요. 천 년을 버틸 인내심뿐만 아니라 극강의 행운까지 있어야 비로소 영물이 될 수 있어요. 참 불공평하죠. 어쨌든 이무기는 천 년을 잘 견디고, 이제 하늘로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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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불공평한 운명을 타고난 소녀가 있었습니다. 비늘증을 앓는 소녀 배계화. 계화의 병을 치료해주기 위해 서울로 돈 벌러 간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어요. 생일날조차 부모님과 보내지 못하고 학교에선 더럽다며 괴롭힘만 당하죠. 서러워서 못 살겠다, 콱 뛰어내리자, 하고 절벽에 오른 그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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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화와 눈이 마주친 이무기는 벼락에 찢겨 땅으로 떨어집니다. “여기에서 저기까지 가는 데 한나절” 걸리는, 형편없는 구렁이가 된 이무기는 콩만 한 것에게 복수할 날을 꿈꾸며 무덤 위에서 잠을 청합니다. 매미가 요란하게 우는 어느 한여름, 힘없이 엎드린 구렁이 앞에 산딸기를 한아름 든 계화가 나타납니다.
“너도 어디 아프니? 이거 먹어봐. 뭐라도 먹어야 힘을 내지.”
먹지도 않는 산딸기를 매일매일 가져다주는 계화가 이무기는 같잖기만 합니다.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구렁이 속도 모르고 잘 먹어야 한다며 쫑알거리는 건 귀찮기까지 하고요. “여름아!” 이 콩알이가 지금 자신에게 이름을 붙인 건가? 구렁이는 ‘여름’이 되어 계화의 곁을 맴돌기 시작합니다. 지켜보고 때로는 남몰래 지켜주기도 하면서, 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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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은, ‘작가의 말’에서
작년, 인터넷 뉴스로 태백에서 찍힌 커다란 구렁이 사진을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본 아나콘다 같은 크기라 기함했고, 이 험난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나? 라는 걱정도 들더군요. 이후 합성이었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미 제 마음속에선 이무기와 구렁이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무기와 인간의 풋풋하고 애절한 첫사랑!’
글을 쓰는 건 참으로 멋진 일입니다. 제가 보고 싶은 이야기를 쓸 수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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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92 임솔아 《엄마 몰래 피우는 담배》
“언니도 그랬지 아마.”
아픔은, 슬픔은, 얼마나 힘이 센 걸까.
그 힘이 타인에게 스밀 때 어떤 종류의 붕괴가 일어날까.
위픽 93 김유원 《와이카노》
“낸들 아나. 뭔가 사정이 있겠지.”
막막한 이해보다 먹먹한 오해를 택하는 사람들 이야기
《불펜의 시간》 한겨레문학상 수상 김유원 작가 신작 소설
위픽 94 백온유 《연고자들》
“덜 슬프려고 덜 사랑하는 법을 연마했다”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 백온유가 그리는
아낌없이 쏟아내지 못해 부패한 마음과 극진한 사랑의 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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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고작 계절》 책방서로 북토크
일시: 2025년 8월 22일 금요일 저녁 7시
장소: 책방서로(서울시 마포구 연남로11길 46 1층)
참가비: 5000원(당일 사용 가능한 5000원 도서 쿠폰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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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고고, 🥐 레아, 🐬 도리, 🍙 서니, 🐿️ 소연, 🐣 쎄오리, 🌈 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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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착하게 살자.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도리 : 당신의 가슴에 위픽 새기는 마케터.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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