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99번째 뉴스레터입니다.✨ 숫자를 세다 보면 99는 언제나 곧 ‘100’이라는 설렘을 품고 있지요. 99호는 그래서 조금 특별합니다. 바로 다음 호가 위픽의 100번째 인사이기 때문이에요. 99는 끝을 향한 숫자이면서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독자님들과 함께 쌓아온 99번의 만남, 그리고 곧 맞이할 100번째 순간!🎂🎊 이제 딱 한 걸음 남았네요!🚀 그 소중한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위픽은 작은 축제를 준비하듯 한껏 들떠 있어요.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나는 내 몸을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권혜영 작가님의 〈그냥 두세요〉가 바로 오늘까지 연재됩니다. 드라이브 삼아 대구에 가자는 동생 ‘윤서’. 대구에 뭐가 있는데? 중앙병역판정검사소. 윤서는 목젖 제거 수술과 가슴 확대 수술, 여성호르몬 주사까지 정기적으로 맞고 있어서 군 면제는 당연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나’와 윤서의 연인 ‘수아’까지 함께 재검을 받으러 대구로 향합니다.🚗 사소한 농담과 애증이 뒤섞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가끔은 웃기고, 가끔은 불편하고, 가끔은 피곤한 이 여정에서, 서로를 바꿀 수는 없어도 옆에 있어줄 수는 있는 법. 그래도 내가 언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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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워크숍》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등을 펴내며 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문제를 세련된 스토리와 마음을 후려치는 언어로 다뤄온 박지영 작가님의 신작 소설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를 위픽에서 공개합니다.
다음 생에서 살아갈 모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생애전환 시행령’이 국민 법안으로 채택되며 국민들은 만 40세와 만 66세에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첫 번째 생애전환기에는 타고난 조건을 유지하며 평생을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전환을 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합니다. 두 번째 생애전환기, ‘노인’으로 분류되는 시점에는 최종 선택한 삶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지금의 삶이 대단히 만족스럽거나 엄청난 부자가 아닌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의 작은 즐거움을 아껴 노후를 대비하기보단 만 66세에 생명 유지 비용이 적어지는 다른 종으로의 전환을 결정하는 편이죠.
첫 번째 생애전환기 때 승혜가 적어낸 1지망은 맥반석이었어요. 막연히 자신을 기분 좋게 해주었던 무언가. 그러나 한 달 후에 날아온 건강검진 통지서에서 승혜는 전환 불가 판정을 받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번째 생애전환기가 되었을 때, 승혜는 거부당했던 맥반석이 아닌 자갈을 선택합니다. 맥반석보다 더 하찮고 성공률이 높을 것 같은 무생물이요. 어차피 인간으로서의 자신에게 미련도 없고, 새로 시작될 삶에 대한 기대도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승혜가 받은 새로운 생은 타자기의 것이었습니다. 지난 생에 아직 갚아야 할 빚이 남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어요.
타자기가 되어 ‘기억 예치소’라는 한 빈티지 숍을 지키게 된 승혜는 그곳에서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숍의 아르바이트생 주희가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 한 구절을 시험삼아 타이핑한 이후에는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고요. 승혜는 오가는 사람들의 감사와 아름다움과 그리움, 조심스러운 고백의 말, 겨우 토해내는 치욕과 증언까지 수많은 목소리를 온몸으로 받아냅니다. 듣기와 기다림의 삶이기도 한 타자기의 생을 승혜는 어느덧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타자기에는 분명한 수명이 있어, 승혜는 자주 아프고 열에 시달립니다. 몇몇 키는 이제 잘 눌리지 않게 되고, 승혜를 찾는 사람들은 더욱 드물어집니다. 승혜는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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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의 생을 승혜는 사랑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대로 영영 살아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승혜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타자기에는 분명한 수명이 있었다. 잦은 비명과 드문 탄성을 반복해서 겪는 동안 승혜는 자주 열이 올랐고 자주 한기에 시달렸다. 타자기의 생에도 갱년기의 시간이 도래한 모양이었다. 한번은 지나치게 뜨거워져 사흘 내내 열을 식혀야 했고 한번은 지나치게 얼어붙어 타자의 절반이 제대로 눌러지지 않았다. 승혜를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명에서 이틀에 한 명, 일주일에 한 명, 그러다 열흘이 넘도록 승혜를 막막한 기다림 속에 남겨두기도 했다. 자신의 몸이 둔해졌다는 것을, 두드려도 제대로 눌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승혜도 알고 있었다. ‘보고 싶어’라고 치면 ‘보고 싶어’라고 눌러지는 대신 ‘보ㅗ 싶어’가 된다는 걸, ‘기다릴게’ 라는 글자를 누르면 ‘기ㅏ릴게’가 된다는 걸 승혜도 알고 있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며 승혜는 자신이 온몸으로 만들어낼 마지막 말이 어떤 말일지 궁금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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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천방지축 얼렁뚱땅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루를 보내느라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현대인이라면 몸서리치며 공감할 수밖에 없는 김유나 작가님의 위픽 《공》이 출간되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시츄’를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서 온갖 시츄 사진을 찾아보았는데 시츄 하면 역시 갈+흰 얼룩! 그리하여 윤기 흐르는 시츄의 털(펄감 있는 갈색 표지)에 흰색 띠지 조합으로 한 마리 강아지 책이 탄생했습니다. 책이 귀여워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이 이어지고 있어요. 계절이 바뀔 때면 저희 집 강아지는 하늘 쪽으로 코를 높이 치들고 가만 서서 킁킁 바람 냄새를 맡는데요. 요즘 자주 코가 벌렁이는 걸 보면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가을 하면 독서!🍂 미리미리 위픽 준비하셔야죠?!
🥐 레아 : 사슴과 까치가 서울의 지배자이고 모든 사람은 개고 모든 개는 사람인 소설 《곰-사냥-인간》이 출간되었습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쨍하고 예쁜 라임옐로우 표지를 입고 나왔습니다. 블랙 유머의 권위자인 김홍 작가님답게 소설 속에도 드문드문 터지는(!) 포인트들이 많은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은 개가 된 준혁이 엄청 진지하게 다람쥐 팀장과 작전을 세우는 장면이에요. “한참 주절거리고 나서야 준혁은 자신의 모든 말이 멍, 멍, 으르르, 멍머멈멍으로 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로 인지하는 세계 속에서밖에 살지 못하고, 그 바깥의 것은 오히려 상상 속의 외계인보다도 더 먼 존재라고 했던 《바닷속의 산》과도 겹쳐지는 듯해요! 참, 《바닷속의 산》의 레이 네일러 작가님이 두 번째 작품 《The Tusks of Extinction》으로 휴고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소리 질러! 이 작품도 내년 상반기 출간 예정이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 서니 : 《여름은 고작 계절》 첫 북토크와 도서관 강연에 다녀왔습니다! 현장에서는 아무래도 손을 들고 질문하기가 어려운데, 이번 북토크에서는 많은 분들이 작가님께 질문과 감상을 전해주셔서 즐거웠어요. 이번 주 토요일에는 진주문고에 갑니다! 서장원 작가님과 김서해 작가님이 이야기를 나눠주실 거예요.🤍 전 사실 진주에서 태어났는데(TMI) 진주를 여행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남강도 진주문고도 하모(!)도 무척 기대하고 있답니다. +_+ 최근에는 🍞빵이 님과 함께하는 일력 작업이 한창인데요!💢 《여름은 고작 계절》을 한 권 드렸더니 돌아가는 길에 너무 재밌게 읽으셨다고, 북토크도 저 몰래(!!) 신청하셨다고 해서 서니X서해X빵이 만남도 잡아버렸어요. 만남 전까지 일력 편집을 무사히 해내고 있길 바라며…… 일력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소연 : 김홍 작가님의 《곰-사냥-인간》, 김유나 작가님의 《공》, 권혜영 작가님의 《그냥 두세요》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렇게 어느새 97권을 채운 위픽. 100권을 코앞에 두고 있어요!🎉 표지 맛집 위즈덤하우스답게 각양각색의 리커버도 준비 중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곧 열릴 부산국제영화제를 맞아 《OO 각본집》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책을 혼자 먼저 보는 편집자의 짜릿한 특권, 덕분에 각종 비하인드컷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지난주에는 광주 ‘책과생활’에서 오은 시인과 유희경 시인의 북토크가 열렸어요.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과 《천천히 와》를 주제로 독자분들과 따뜻한 시간을 나눴습니다. 오은 시인이 엉뚱한 기차를 탈 뻔한 소동(!)도 있었지만(소문난 길치) 무사히 광주 독자분들 만나서 좋은 기운 잔뜩 주고받았답니다. 9월 11일에는 대전으로 출동합니다. 대전 독자님들, 곧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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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니 : 사서 고생하는 이야기 좋아하시나요? 영웅 서사의 필수 요소랄까요……. 왜 저렇게까지 하지? 하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지켜보게 되지요. 오늘 소개할 소설 《사서 고생》 역시 두 영웅이 등장합니다. 바로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도서관을 지키는 두 사서 ‘영지’와 ‘정아’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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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진 때, 사람들이 거리에서 모습을 감출수록 메타버스 플랫폼 ‘미러라클’은 북적입니다. 콘서트와 패션쇼, 심지어는 수능 특강까지 열리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축제를 즐기지요. 유행을 놓칠세라 각 공공기관들도 미러라클에 청사를 만들어 경찰청, 구청, 그리고 도서관이 자리잡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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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도서관에서는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옆사람과 떠들 수 없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를 수도 없는 데다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는 아바타가 펼치는 가상 책뿐이니 미러라클의 다른 곳에 비해 빠르게 이용자가 줄어들어요. 그런데 유일하게 사람이 모여드는 도서관이 있으니, 2년 차 신입 사서 영지와 기간제 사서 정아가 일하는 ‘미러라클 동그라미도서관’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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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라클 동그라미도서관을 메타버스 명소로 만들어낸 명예관장 아바타 사서 ‘동그리’의 정체는 현실 동그라미도서관의 야간 기간제 사서 정아입니다. 적당히 공간만 구현한 다른 도서관들과 달리, 정아는 미러라클 도서관에 상주하며 독서 모임을 꾸리고 취향에 맞추어 책을 추천하는 등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해나가지요. 하지만 곧 전염병의 확산세가 꺾이며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거리로 나오면서 미러라클은 서비스 종료를 앞두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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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라클 서비스 종료와 함께 정아의 계약 종료가 찾아오고, 정규직 사서인 영지는 미러라클 관리 후임자가 되어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 정아를 만납니다. 바로 미러라클 동그라미도서관에서요. 두 사람은 아바타 머리 위에 말풍선을 띄워 한 줄 한 줄 대화를 이어나가고, 무심코 정아가 던진 한마디가 영지의 고요한 마음을 휘젓자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서 고생하려는, 좋아하는 마음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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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리,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에서는 내가 늘 골몰하는 질문 중 하나를 사서라는 직업을 통해 들여다보았다. 왜 어떤 사람들은 ‘굳이’ 어떤 일을 할까. 애를 쓰지만 티는 안 나고, 누가 알아주기보다는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힘은 무척 들면서 보상은 적거나 아예 없는 일들을. 이를테면 생의 마지막 날에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일을. “너는 왜 사서 고생을 하니?” 같은 말이나 듣는 일을 선택하고야 마는 걸까.
그리고 그런 선택을 했다면, 그 이후의 모든 결과도 기꺼이 감당해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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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95 김홍 《곰-사냥-인간》
“언제부터 내가 곰이었지? 어떻게 하다가 곰이 됐지?”
《말뚝들》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김홍 신작 소설
위픽 96 김유나 《공》
창비신인소설상 수상 작가 김유나 신작 소설
해저드에 빠져버린 골프공처럼 날아간 위치에서
수습하듯 살아가는 현대인의 하루하루
위픽 97 권혜영 《그냥 두세요》
“나는 내 몸을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우리가 그냥 우리로 남을 수 있기를
무심한 듯 다정한, 함께의 온기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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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고작 계절》 진주문고 북토크 with 서장원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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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고고, 🥐 레아, 🐬 도리, 🍙 서니, 🐿️ 소연, 🐣 쎄오리, 🌈 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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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착하게 살자.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도리 : 당신의 가슴에 위픽 새기는 마케터.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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