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길고 긴 연휴의 시작입니다.🎉 님은 어떤 계획 갖고 계신가요? 저는 작년부터 벼르고 별렀던 안동 하회마을 줄불놀이를 드디어 보러 갑니다. 최근에 드라마 〈악귀〉에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줄불놀이는 전통 방식으로 매듭지은 새끼줄에 불을 붙여 강으로 불꽃이 쏟아져 내리는 한국식 불꽃놀이에요. 재액을 쫓고 경사를 부르는 거대한 정화 의식이라고 하는데요, 작년에 우연히 영상을 보고 제 마음속 버킷리스트가 되었어요.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을 바라보며 위픽의 안녕을 기원하고 올게요.🙏 여러분들도 이번 연휴에 소원 한 가지씩 꼭 이루시길! 그리고 다음 주 위픽은 한 주 쉬어갑니다. 1년에 두 번😭뿐인 위픽의 공식 휴무일(설날과 추석)이거든요. 맛있는 것 실컷 먹고 푹 쉬고 더 많은 이야기 충전해서 돌아올게요!
“차라리 여자랑 사귀고 싶다고 말하면서 운다.” 지난 3주 동안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화제의 소설, 안담 작가님의 〈소녀는 따로 자란다〉가 오늘까지 공개됩니다.
하루 종일 벗어날 수 없는 교실은 아이들에게 그 어떤 곳보다 정치적인 공간이에요. 어느 무리에 속해서 누구의 손을 잡을지 첨예하게 탐색합니다. ‘나’가 발견되고 인식되는 건 아이들에게 고민이 생겼을 때뿐이지요. 대신 청소를 해줄 사람이 필요할 때, 친구와 싸워 함께 하교할 사람이 없을 때, 서로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겼을 때, 대접받고 싶을 때, 사과받고 싶을 때, 입맞춤받고 싶을 때, 만져지고 싶을 때, ‘여자’가 되고 싶을 때 소녀들은 몰래 ‘나’를 찾아옵니다.
이 소설 아직 안 읽어보신 분 혹시 계신가요? 설마 계신가요? 부럽다😂 하지만 그 부러운 눈은 바로 오늘까지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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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우주인, 조안〉이 MBC 시네마틱 드라마 SF8으로 제작되며 화제를 모았던 작가 김효인의 신작을 이번 주 위픽에서 공개합니다.💌
님, 어느 날 인생을 ‘새로고침’하는 버튼♻️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버튼을 눌렀을 때 나타나는 페이지는 완전히 랜덤이에요. 누구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될지 전혀 모르고, 지금보다 더 나쁜 인생이 당첨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눈 질끈 감고 한번 눌러보실 건가요?🧐 불법이 횡행하는 항구도시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이 출생신고도 해주지 않아 하루 벌어 겨우 먹고사는 주인공 ‘태이’는 이 버튼을 누르기로 결정합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맡겼던 돈도 하루아침에 다 날리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서 말이죠. 이보다 더 나쁜 인생도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 운도 지지리 없지, 친구 ‘김민수’를 죽인 범인으로 지목되어 경찰에게 수사당하는 중인 사채업자 X의 몸으로 들어가버린 겁니다! 태이는 또다시 도망을 다니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인생을 새로고침한 다른 인물들, ‘표진노’와 ‘유은희’를 만납니다. 그리고 새로고침 버튼을 계속 누르는 대신 X의, 태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고치기’로 마음먹는데요. 과연 태이의 미래에 일생일대의 특! 급! 해피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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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혹은 그 비슷한 존재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태이는 확신할 수 있었다. 신이 자신에게 종종 말을 걸고 있다고.
처음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연산장 방 앞에 ‘잘 먹고 잘 사세요! 굿바이 세일~!’이라 적힌 전단지가 붙어 있던 날, 아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전단지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엔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대사가, 어느 날엔 도로 표지판에 적힌 경고 문구가 그랬다.
신이 진짜로 있어 태이의 인생을 이렇게 설계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고약한 독약을 골라 섞어놓은 것 같은 인생도,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다 정해져 있던 것들이라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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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리아 : 문학주간과 기후정의행진으로 충만한 주였어요. 문학주간 1일 차엔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정지돈, 금정연 작가님의 볼라뇨(에 진심인 자들의) 토크를 봤고요. 3일 차엔 기다리던 위픽 특집 토크를 봤어요. 위픽의 기획, 가능성을 잘 짚어주신 《크리스마스 캐러셀》🎠 문지혁 작가님의 센스! 그리고 은혜 님과 서니 님의 깔끔한 진행이 빛난 시간! 객석의 《마유미》🍰 이희주 작가님 반가웠고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3만이 넘는 인간 존재가 모여 새들과 산호 등의 모자를 쓰고 그들로서 걸은 기후정의행진. 저는 ‘저어새’로서 걸었습니다.🐾 연결해, 정혜윤 작가님의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을 추천드려요.
🥐 레아 : 한 달 전부터 캘린더에 표시해두고 기다렸던 문학주간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 서니 님, 🌷 은혜 님, 문지혁 작가님의 폭풍 같은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인생은 골목 귀퉁이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한 대 때리고 가는 것” “회전목마 바깥에 진짜 인생이 있다” 《크리스마스 캐러셀》 관련 질문을 받은 문지혁 작가님, 그저 명언 파티였다는 후문……. 위픽을 제안하며 메일로만 이야기 나누어본 작가님과도 실제로 뵙게 되어 더욱 반가웠답니다(귀여운 유령👻 사인도 받았어요). 그리고 오늘! 드디어! 김효인 작가님의 〈새로고침〉을 공개합니다. 무려 1년 8개월 만의 컴백! 오래오래 살피고 다듬은 이야기인 만큼 님도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서니 : 사무실에 붙어 있는 시간이 없었던 한 주였습니다. 인쇄소에 가고, 영화 〈섹슈얼 힐링〉을 보고 ‘섹슈얼 힐링에 관한 장애인 성 정치학’에 대해 듣는 자리에 참석했어요. 연휴가 지나고 출간될 책의 보도자료를 마무리한 뒤, 조우리 작가님과 부산 출장 준비를 했고요!🌊 인천에서 〈소녀는 따로 자란다〉 안담 작가님과 이슬아 작가님을 만나 ‘소따자’를 좋아하는 마음을 함께 나누었답니다. 대망의 일요일엔 문학주간 행사!😭 🌷 은혜 님의 매끄러운 진행과 문지혁 작가님의 유머에 기대 마이크 쥔 손을 떨기만 하다 돌아왔습니다. 위픽이 얼마나 소중한 프로젝트인지, 저희가 얼마나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했는지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었는데요. 제 마음 잘 받으셨나요?💌
🐿️ 소연 : 소리👂에 대한 소설을 만들고 있어요. 정확히는 ‘이명’에 대한 소설인데요, 이명을 집요하게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잘못 들었던 것은 없는지, 잘못 이해한 것은 없는지, 그로 인해 잘못 전한 것은 없는지 반추와 성찰을 담은 실험적 소설이에요. “제대로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만 나는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라는 문장에서 한참을 멈춰 있었어요. 우리는 과연 제대로 듣고 있는 걸까요? 제대로 들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 엘라 : 저 오늘 할 얘기 엄청 많아요. 우선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서니 님과 함께 〈섹슈얼 힐링〉을 보고 독스 토크를 들었어요. 엄청 좋아하는 활동가 선생님들을 만나서 기뻤고😻 시간이 모자라서 아쉬웠어요.😿 두 시간쯤 더 얘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토요일엔 1년을 별러온 기후정의행진이 열렸고요. 지난 몇 년간 탈성장/반성장에 관심을 갖고 논리를 채우면서 지냈거든요. 기후위기 대응이 많은 운동을 연결하는 열쇳말이 될 수 있지 않나 하고요. 그래서 더욱 기후정의행진에서 기후정의 운동을 함께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고 싶었는데 다른 운동을 하느라고……. 내년에는 꼭 참석하겠습니다.💪 다녀오신 분 계시면 소식 좀 전해주세요. 일요일엔 팀 행사, 문학주간 다녀왔고요. 그 이야기는 아래 위클리 콘텐츠에서 좀 더 해볼게요. 이제 정말 그만 써야 할 것 같은데 하나만 더요.😭😭😭 지금 작업 중인 위픽 원고 주인공 이름이 제 이름과 같거든요. 심지어 성격도 좀 비슷해요. 그런데! 작가님이 주인공을 너무 괴롭히시는 거예요! 저는 본의 아니게 감정이입 과잉 상태에서 함께 고통받고 있다고요! 얼른 공개할 테니 주인공(저😝)에게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토요일에 다른 운동 뭐 했는지도 말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오늘 레터 저 혼자 다 써도 모자랄 테니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해요.😭😭😭
🌷 은혜 : 지난주엔 새로운 만남이 정말 많았어요. 애정하는 작가님 두 분과 첫 미팅을 했고요! 너무 잘 보이고 싶어서🥶 뵙기 전에는 심장이 마구 쿵쾅댔는데, 막상 미팅이 시작되니 그저 즐거운 거예요. 위픽을 많이 응원해주셔서 더욱 신이 났고요, 이 맛에 편집자 합니다. 일요일에는 🍙 서니 님, 문지혁 작가님과 문학주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날은 또 어찌나 좋던지요. 드디어 뵙게 된 위픽 독자분들! 와주셔서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요.😍 응원차 방문해준 동료들과 작가님께도 사랑을 가득 날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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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리아 : 이번 주 위클리 토크의 주인공은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소설가 최현숙의 《창신동 여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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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2023년 1월에 연재한 뒤 단행본 출간까지 수개월의 틈이 있었어요. 한 해 여러 권의 논픽션 저서와 공저를 출간하는 작가님의 일정에 맞춰 출간을 미룬 것인데요. 그사이 인터뷰이로 참여해주신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나왔고, 출간 기념 북토크의 패널로도 함께해주셨어요. 또 가는 데마다 동선이 겹쳐서 자주 어울리며 작품 이야길 나누었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원고를 두면 저절로 숙성이 되기도 한다는 표현을 쓴 적 있는데요. 두었다 간격을 두고 새 눈으로 다시 살피는 것, 실시간으로 바뀌는 세계의 맥락과 내 상태를 반영해 고치는 과정이 원고의 완성도에 도움 될 때가 많거든요. 《창신동 여자》도 그랬습니다. 작가님께나 편집자인 제게 원고를 익히는 과정의 즐거움을 안겨준 작업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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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정희’는 종로구 창신동에 사는 ‘명수’의 집을 처음 방문한 날부터 명수의 동거인인 ‘지연’의 걸리적거리는 ‘시선’을 느낍니다. 지연은 “의료보험증은 고사하고 주민등록 자체가 말소되어” 주부습진 약 하나 의사에게 처방받기 어려운 미등록 상태인데요. 정희는 클라이언트인 명수보다도 “하등의 공적 권리가 없는 여자” 지연의 시선을 수시로 의식하며 그의 마음을 사보려고 노력하게 돼요. 책 표지에 새긴 소설 속 문구 “같이 나자빠져 뒹굴면 여자의 마음을 살 수 있을까”는 바로 그런 정희의 탄식입니다.
평소 최현숙 작가님의 활동을 아는 독자라면 짐작하겠지만, ‘정희’는 어쩌면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했고, 집(home) 없는(-less) 사람, 특히 여성 홈리스의 생을 ‘듣고 적어온’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반빈곤 활동가인 최현숙 작가님의 페르소나일지도 모르겠어요. 2018년 출간된 최현숙 작가님의 에세이집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에 〈두려움과 혐오를 티 내지 않고 감춰서 문제에 휘말리지 않은 날에 대한 되새김질〉이라는 글이 있거든요. 거리에서 ‘노숙인 같은’ 냄새를 풍기며 책을 읽던 남성 노인을 피해 걷던 작가가, 그 노인이 ‘노숙인 같지 않은’ 목소리로 여학생들에게 건넨 영어 단어에 관한 질문에 귀 기울였던 일이 담긴 글이에요. 자기 안의 두려움과 혐오, 생각과 일상의 불일치, 해결되지 않는 “속 시끄러움”을 곱씹는 이 글은 제게 최현숙의 주제로 향하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창신동 여자》는 남의 생을 들여다보며 누구보다 ‘내 안의 지옥’을 치열하게 ‘확인’ 해온 최현숙 작가님이, 생의 엄연한 위계 차이와 결코 ‘마음을 살 수 없는’ 관계의 거리, 그리고 쉬이 해결되지 않는 자기 안의 숙제에 관해 쓴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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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여성 홈리스 한 분의 비극적 부고가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그분의 생사는 그가 여성이고 홈리스이고 직계 및 방계 가족과 연결이 끊긴 무연고자로 여겨졌기에 방치됐고 제대로 해명되지 못했습니다. 이 부고에 저는 자꾸 ‘지연’이 스쳤어요. 미등록 상태로 표류하는 지연은 이제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추모제에서 최현숙 작가님은 “우리가 일일이 알지 못하는 당신의 끈질기고 세세한 분투를 떠올”리겠다는 추모사를 남겼어요. 《창신동 여자》는 우리가 다 알지 못하지만 실재하는 생 위에, 직시해야 할 현실 앞에 독자들을 밀어붙입니다. “뭘 봐?” 위픽 독자분들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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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숙, ‘작가의 말’에서
시선은 권력관계를 드러내고, 혹 뒤집고 쟁투하며, 혹 만난다. 깊은 만남은 상처의 뒤섞임이며, 피차의 속과 밑바닥을 드러내고 벌리며 서로에게 침입하는 일이다. 겨우 앉은 딱지를 구태여 뜯어내고, 상처를 찢고 벌려 피를 흘리며, 서로의 상처와 피를 섞어야 한다. 스스로 발가벗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을 냉정하게 관찰하며, 간곡하게 묻는다. 《창신동 여자》는 실패한 연애에 관한 이야기다. 실패의 조짐은 지연의 시선에 대한 정희의 조바심에서 예고된다. 온갖 지경(地境)들을 겪어 막장의 경지(境地)에 닿은 지연은, 상처를 벌려 보이며 정희에게 내내 물었다. “뭘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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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라 : 지난 일요일에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문학주간 행사에 다녀왔어요! 주말인 데다 아무도 오라고 안 했는데(진짜로) 팀원들이 다 모였다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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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서 아끼고 사랑해주신 덕분에 문학주간의 초청을 받아 위픽을 어떻게 기획했고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앞으로 향할 곳은 어디인지 자랑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 은혜 님의 물 흐르듯 매끄러운 진행에 ‘에? 이렇게까지 다 말해도 돼요?’ 싶게 솔직하고 자세한 🍙 서니 님의 설명 그리고 이날 세션의 재미를 담당해주신 《크리스마스 캐러셀》 문지혁 작가님의 입담이 더해져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한 시간 반이 가버렸어요. 😢 그날의 이야기를 님께도 살짝 알려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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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맞게 위픽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부터 들어봤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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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니 : 독립서점을 기반으로 한 사전 독서 모임 ‘SSA 비밀요원 프로젝트’를 1년 동안 진행하였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독자 500여 명에게 직접 설문하여 결과를 참고했습니다. 여러 단편소설이 묶이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다양한 한국문학이 가장 빠르게 독자와 만날 수 있는 포맷을 상상하다 지금과 같은 매주 연재, 매달 단행본 출간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젊은 작가, 그중에서도 여성 작가에 대한 수요가 많았습니다. (🐯 엘라 : 서니 님, 옆을 봐요. 문지혁 작가님 계신 데서 이렇게 말해버린다고?!🙀) 편집부에서도 각자 좋아하는 작가님들로 리스트를 만들어 청탁했고, 계약한 작가님들께 추천을 받거나 꾸준히 신간을 팔로업하며 새로운 작가님들을 만났습니다. 최근 장르와 등단 여부에 관계없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찾는 독자들이 늘고 있어 전에 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가님이라면 등단을 하지 않았더라도, 소설을 써본 적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섭외했습니다. 한 출판사에서만 단독 저서를 출간하고 있는 김동식 작가님이나, 위픽을 통해 첫 소설을 발표한 이소호 시인, 정혜윤 피디, 싱어송라이터이자 에세이스트, 번역가 김목인, 안담 작가 등에게 장편이 아니라 단편이고, 최소 100매만 쓰면 된다!는 점을 강력하게 어필해 설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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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문을 진행하던 때가 저도 기억나요. SSA 요원으로 활동해주신 분들께 자세하고도 긴 설문지를 드렸는데 너무나 정성스러운 답변들을 보내주셨었어요.🥺 꼭 즐거운 읽을거리를 돌려드려야지 다짐했답니다. 그중 60여 분을 회사로 모셔서 올해 읽은 책 중 무엇이 가장 재미있었는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는지, 기억에 남는 책 행사는 어떤 게 있었는지 등등 책을 둘러싼 온갖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그날의 대화, 그날의 야경을 파먹으며 고단한 시간들을 건너왔어요. 요원 여러분 보고 계신가요?(아련)
문지혁 작가님께는 동료 작가님들께서 위픽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쭈었어요. 사실 이 자리에 저희에게 《마유미》를 보내주신 이희주 작가님도 와주셨거든요. 위픽 행사를 할 때마다 위픽 작가님들이 응원하러 와주시곤 해요. 단편 하나를 냈을 뿐인데 이렇게나 애정을 돌려주시다니 자주 감동받지요. 위픽에 관심 있는 다른 작가님들을 소개해주시거나 (커미션도 안 드리는데) 위픽을 먼저 알려주시기도 해서 ‘어쩌면 우리, 좀 사랑받고 있을지도?🥰’ 하고 어깨를 으쓱하기도 했는데요. 문지혁 작가님께서도 역시 많은 작가님들이 위픽을 알고 있고 소설집으로 묶일 때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리는 터라 한 편의 소설로 한 권을 낸다는 점이 신선한 기획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다만 “지혁아, 음료 한 잔은 4500원의 값어치를 해야 해”라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시절 매니저에게 들은 말을 종종 떠올리며 ‘한 편으로 10000원에서 20000원 사이의 값을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셨다고ㅎㅎㅎ 하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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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과 인터뷰, 심혈을 기울여 고른 표지 문장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그중 문지혁 작가님께서 뉴스레터, 출간 후 인터뷰, 예쁜 단행본 같은 위픽을 둘러싼 모든 활동이 하나의 운동처럼 느껴진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늘 와 있는 사람들에게 뭐라 하게 되지만”(ㅋㅋ) 책 읽기가 너무나 일상적이지 않은 활동이 되어버린 지금, 위픽은 메일함만 열어보면 닿을 수 있는 적극적인 찾아가기로, 참여형 미션으로, 적은 분량으로, 한 장의 소설로, 예쁜 디자인으로 여러분에게 함께하자는 말을 건네고 있다는 뜻이겠죠.
참, 문지혁 작가님🎠 새 소식을 기다리는 분들이 계실 테니까요,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 다음 권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해요. 《고급 한국어》는 아니고요.😜 소설집도 곧 나온다고 하니 기대와 관심을 부탁드려요.
분명히 🍙 서니 님께 “리포트 너무 길게 썼으니까 콘텐츠는 짧게 쓸게요” 하고 약속했는데 기뿐하게 어기고 말았네요…….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땐 늘 말이 많아져요. 위픽의 기획부터 현재까지 모르는 이야기야 없었을 테지만 사진 찍는 것도 잊고 빠져들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주말 오후에 저희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와주신 독자님들과 이희주 작가님, 위픽이 주인공인 자리인데도 기꺼이 마음을 보태주신 문지혁 작가님께 거듭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수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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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니 : 지난주 위클리 미션은 ‘몸이 아플 때에도 일상을 쾌활하게 유지하는 비법’이었지요! 전 이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척추 건강이 나빠져서 늘 은은한 고통을 달고 살고 있어요. 많이 아팠을 땐 밤마다 아픈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를 구경하며 다들 대체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 건지 궁금해했고요.
저는 아픔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지, 어떻게 흘려보낼 수 있을지 고통과 이별할 수 있기만을 기다렸는데 “아플 때에도 일상을 쾌할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 은혜 님과 독자님들 덕분에 떠올릴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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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에 깨끗이 손을 씻으며 기분을 바꾸어보고, 진통제 한 알 또는 커피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는 분들도 계셨고요. 친구들과 급식 메뉴를 만들어 먹는다는 귀여운 답변도 있었어요.
팀원들과 무라카미 하루키 팝업 스토어에 다녀온 뒤로 《언더그라운드》를 조금씩 읽고 있는데요. 사린 가스 테러 사건 피해자들 대부분이 잠깐 아팠다가 일상 생활이 가능할 만큼 회복되었다고 해요.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닐 만큼요.
그런데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거예요. 외견상 멀쩡하고 크게 다친 곳도 없는데 머릿속에선 전쟁이 일어난대요. 매일 무거운 돌 모자를 쓴 것처럼 머리가 무겁고 아프고, 어딘가에 열중하면 잠깐 두통을 잊을 수는 있지만 아프지 않아서 잊은 게 아니라 늘 아파서 무감해진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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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하는지, 두통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고, 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는데 그게 어떤 건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본인밖에 모르는 일이지요. 최근에 들어서야 몸이 불편할 때 과묵해진다는 사실을 겨우 알아차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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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아프지 않은 배우자의 인터뷰었어요.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 눈치로나마 겨우 알아차릴 수 있었다는 말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아픈 사람들은 고민하기 마련이잖아요. 아프다는 말을 해도 될지, 말로 설명한들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고통을 말하는 게 무슨 쓸모가 있는지 그런 생각들에 빠져 점점 고독해지는 것 같아요.
주말에 만난 작가님들이 말이 많은 편인 편집자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미 이 미션도 엄청 길어지는 중……) 말로 곤경에 처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말을 아끼지 않아 해결되는 것이 더 많다고 믿어 자주 조잘조잘 떠드는 편이에요. 소통하지 않아서, 말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을 볼 때마다 진심이 전해질 수 있게 몇 번이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유려하게, 논리적으로 정돈된 말이 아니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실타래가 풀리길 기다리며 들을 줄도 알아야겠고요. 엉킨 실 속에 보석 같은 마음이 있을 거라 믿으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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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그날 강연 주제도 ‘작가는 어떻게 대화하는가’였답니다. 이슬아·안담 작가님이 《새 마음으로》 《엄살원》 인터뷰를 진행하며 잘 묻고 잘 듣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는지 들려주셨어요. 저의 화두인 고통에 대해서도 “고통은 우리가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멋진 말을 얻을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이번 주 미션은요, 님이 말하고 듣고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읽었던 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말 잘하는 법, 경청하는 법에 관한 실용서일 수도 있겠고, 가까이 있지 않아 몰랐던 사람들의 삶을 알기 위해 읽은 에세이가 될 수도 있겠어요. 아픈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의 힌트를 얻은 《언더그라운드》도 있고요.
위픽 편집부도 언제나 님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이렇게 매주 꾹꾹 눌러쓴 편지를 보내고 있답니다. 행사에서 독자님들 만나면 저희가 먼저 반갑게 인사하는 거 아시죠?😭 위픽 행사가 아니어도 “어, 우리 독자님이다!” 하고 달려간다구요. 그러니 저희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함께해요. 정말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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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글로리아, 🥐 레아, 🏓 사요, 🍙 서니, 🐿️ 소연, 🐯 엘라, 🌷 은혜, 👽 카이, 🌈 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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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리아 : 가로등 아래서 편지 받으면 넘어간다는 사자자리.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사요 : 시작할 때 필요한 건 작은 호기심 정도, 라고 하더라고요.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엘라 : 이다음에 커서 웃긴 사람이 되는 게 꿈입니다.
🌷 은혜 : 제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는 사람은 오직 저뿐입니다.
👽 카이 : 걸어서 우주까지 갈 수 있는 사람(feat. 책&술).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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