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매직은 정말로 있나 봐요. 점심시간에 레아🥐 님과 한 시간 산책을 했는데요. 한낮인데도 놀라울 만큼 덥지 않아서 신기하다, 신기하다 하며 합정에서 홍대로, 상수를 거쳐 다시 합정으로 돌아왔어요. 마침 오늘 마감한 위픽에 “늦여름의 냄새”라는 구절이 있어 늦여름의 냄새는 무엇일까, 지금은 늦여름이 맞을까 깊게 숨을 들이마셔봅니다.💨 무사히, 무탈히, 안전하게 이 계절을 보내자고 인사했던 올여름, 숨 막히는 폭염🔥과 끝날 듯 말 듯 이어지는 장마☔️로 많이 힘드셨죠? 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을 반갑게 맞이하며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기분으로 또 씩씩하게 건너가보아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독서의 계절엔 옆구리에 위픽 한 권 끼는 것 잊지 마시구요!😉
언제 들어도 긴장하게 되는 말, “그런데 회사를 옮기려는 이유가 뭐죠?”. 박이강 작가님의 〈잡 인터뷰〉가 9월 4일까지 연재됩니다. 회사에서 잘릴 위기에 처해 틈틈이 면접 보러 다니는 '리아' 앞에 나타난 레게 머리에 타투를 한 면접관 'TT'. 고도의 심리전인지 그냥 속없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인터뷰를 조심조심 건너가던 중, TT의 휴대전화가 울리고 "염병할!"이라는 말과 함께 TT가 사라집니다. 마침 헤드헌터에게서 전화 달라는 문자까지 도착하고, 리아는 무사히 새 직장으로 옮겨 갈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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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휴먼의 근사치》 《사랑 사건 오류》, 소설집 《래빗 인 더 홀》을 발표하며 일상 속 슬픔과 비극을 넘어 경계 밖 환상으로 뛰어드는 작업을 해온 김나현 작가님의 신작 〈예감의 우주〉를 위픽에서 공개합니다.
‘예감’을 가진 어떤 여자가 있었습니다. 예감은 무당의 점사나 예언이랑도 비슷해서 여자에게 앞으로 닥칠 위기를 미리 알려주곤 했어요. 여자는 예감 덕분에 편안히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떤 예감은, 여자를 아직 오지 않은 슬픔 속으로 밀어 넣기도 하는데요. 어느 날 여자는 애인 K가 죽음을 맞이하는 예감을 봅니다.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노력이 무색하게도 예감은 반드시 ‘K의 죽음’이라는 결말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듯 고집을 부려요. 결국 여자는 오랫동안 사랑한 K와 헤어지고, “운명적으로” 발견한 우주선 TY-35에 올라타 우주로 떠납니다.
우주에서 여자는 예감이 없는, 아주 평범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요. 어떤 세상에서는 K와 행복해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지금의 우주가 아닌, 다른 시간대의 우주라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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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K에게 자신을 계속 만나면 그가 싱크홀에 빠져 죽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 싱크홀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고, 그러니까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고, 헤어지면 아마도 자신의 여섯 번째 예감이 실현될 거라고 했다. K가 행복하게 살아가리라는 예감.
(……)
여자는 K의 무모한 대출에 화가 났다. 그렇게 얻은 집에서 앞으로 K는 다른 사람과 살게 될 것이었다. 그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여자를 더욱 힘들게 했다.
헤어지지 않으려는 K를 상대로 이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자는 미친 척도 해봤다. 미친 척이라고 할 것도 없이, 자신이 겪고 있는 일들을 솔직하게 말하면 되었지만.
나는 미래를 봐. 내 미래에서 넌 죽어. 죽지 않으려면 나랑 헤어져야 돼.
물론 K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다만 한 달 정도의 매달림 끝에, 여자가 자신에게 돌아올 리 없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K는 지쳤고, 그만하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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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아 : 한정현 작가님의 《사랑과 연합 0장》을 마감하고, 다음 단행본 《수메르 우화》 작업에 골몰하고 있어요. 무려 ‘인류 최초의 우화’라는 타이틀을 가진 책! 최초라는 타이틀은 어디에 붙여도 설레는 것 같아요. 이번 주의 저에게 도착한 두 번째 ‘최초’!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의 이미리내 작가님이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현대 미국 문학을 선도하는 쟁쟁한 작가들이 데뷔 때 수상한 상인데요. 한국인 최초일 뿐만 아니라,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서도 최초라고 해요. ‘역덕’의 마음과 편집자의 마음을 모두 뒤흔들어버린 ‘최초’의 소식을 안고, 3쇄 판권 수정하러 갑니다.😉
🍙 서니 : 지난가을 혜화 예술가의 집에서 님을 만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나 또다시 문학주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올해도 재미난 프로그램을 꾸리기 위해 지난주 용산에서 간단한 미팅을 했답니다.😀 진행은 위픽 시리즈에 명작을 남겨주신 LHJ 작가님이, 그리고 대담에는 저와 타사 편집자님이 함께하는데요. 각자 시리즈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새 서로의 업무량에 깜짝 놀라고, 옆에서 담당자님은 역시 K-편집자 대단하다며……. 저는 엄살이 심한 편인데 듣다 보니 다들 이렇게 사는 것 같아서 안심(?)했고요. “고통은 단절이지. 비슷한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도무지 나누기 어렵고, 심지어 당사자들마저도 종종 의견이 갈려 다투는 거야.” 지금 열심히 작업 중인 장편소설 한 부분이 떠올랐어요. 고통 자체를 나누거나 타인의 고통을 직접 겪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모두 고통스럽다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던…… 어, 이게 아닌가…….
🐿️ 소연 : 마감 중🔥.
🐯 엘라 : 요즘 화면교에 매진하고 있는 신작 장편소설은 조이스 캐롤 오츠의 2023년 작품인데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노벨문학상 발표를 두근두근하며 보려면 얼른 마무리해야 합니다. 제목이 결정되었고 디자인 의뢰서도 작성했어요. 천희란 작가님의 《작가의 말》도 무사히 마감했습니다. 이 책에 함께 실린 ‘작가의 말’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 얼마 전에 잡지 《기획회의》에 《출근길 지하철》 기획에 관해 한 꼭지를 써야 했는데 내내 회피하고 외면하다가, ‘작가의 말’을 편집하는 동안 쓸 힘을 얻었거든요. 사랑하는 마음에 압도되고 오기가 들어서 꼼짝도 못 하게 될 때가 있어요. 그 마음을 극복하게 해주진 않지만 그런 채로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글이랍니다. 그리고 마감의 긴장감을 그대로 받아안아 이주란 작가님의 《그때는》 단행본 작업을 이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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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아 : 이번 위클리 토크의 주인공은 김성중 작가님의 《두더지 인간》입니다! 불가사의한 인물 ‘교수’가 이끄는 사이비 종교, ‘캠프’에 이끌려간 주인공이 땅속 깊은 곳에서 겪는 일들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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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사람의 수는 만 명을 넘고, 그 가운데 계시의 은총을 받은 사람은 무수히 많습니다. (……) 그리고 필요한 순간에 빛을 찢어 당신에게 다가오십니다.”(46~47쪽) 소설 속에 등장한 교수의 설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원고를 읽으면서 어디선가 생생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마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틀어놓은 것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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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인간》은 사람의 마음을 주무르고 이용하면서 사익을 취하는, 사이비 종교의 악랄한 면모를 거침없이 보여줍니다. 동시에 그토록 착취적인 종교에 심취하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죠. 김성중 작가님은 〈작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셨어요. (시즌 2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인터뷰 코너는 단행본에만 수록된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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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삼았지만 제가 정말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은 그런 사람 안에 뚫려 있는 터널 같은 마음이에요. 저는 주인공이 교수보다 훨씬 더 종교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11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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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세상으로부터 밀려나게 만들고, 탈락시킨 사람들이 있다면, 반대로 주인공을 구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바로 ‘루이사’예요. 루이사는 주인공에게 캠프의 진실된 모습을 알려주고, 함께 탈출하자고 권해요. 주인공은 루이사에게 사랑과 우정을 모두 알려준 사람이었죠. 루이사와 만난 주인공은 마음의 터널을 지나 지상으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요? 그 결말은 단행본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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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중, ‘작가의 말’에서
나는 언제나 환상, 공상, 몽상, 망상, 이런 것들에 끌린다. 보이는 세계 옆에 겹쳐진 보이지 않는 세계의 베일이 드리워진 곳에는 언제나 이야기의 이끼가 번성하기 마련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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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오 : 세상 모든 악기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책만 사는 집이 되어버린 저의 집에도 피아노가 한 대 있습니다. 친구가 어렸을 때 연주하던 것인데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오래 빌려주었다가 그 학원이 문을 닫으며 피아노가 갈 곳이 없어져 마침 집을 구해 독립하던 저에게 맡긴 것인데, 어느새 이곳에 머무른 지도 15년이 되어갑니다. 물론 저도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겸사겸사 피아노를 배워볼까 했지만, 종종 오가다 부딪힐 때면 가구와는 다른 울림에 이것이 악기라는 걸 문득 깨닫곤 합니다.
그러다 피아노 조율사가 전국 곳곳을 다니며 중식 노포를 탐방하는 이야기 《중국집》을 읽다가 이분이 인천에 거주하는 걸 알고는(저의 집이 마침 인천에 있습니다.) 연락을 드려 피아노의 인연을 잇고 넓혀볼까 했지만, 이 또한 상상으로만 남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반에 손가락을 올려보지도 않았으면서 인생의 어느 시점에 피아노에 도전하는 온갖 이야기, 예를 들면 아마추어가 난곡으로 꼽히는 쇼팽의 〈발라드 1번 G단조〉에 도전하는 1년 동안의 이야기 《다시, 피아노》라든가 50대에 40년 만에 피아노를 다시 배우는 이야기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같은 책을 빼놓지 않고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사연 없는 악기는 없다는 게 저의 확고한 믿음이고, 당연히 아코디언에 얽힌 김목인 작가의 소설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에 남다른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출간 후 진행한 북토크에도 참석해 실제 아코디언 연주를 듣고 아코디언을 처음 만져보기도 했는데, 그날은 분명 "그래, 나는 피아노다"라는 다짐을 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1년이 지나고 있는데, 저는 여전히 같은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나는 그래도 그 오랜 세월을 거쳐온 악기가 이렇게 이곳에서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이들이 오랫동안 천천히 모든 과정을 즐기며 나아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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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레아, 🐬 도리, 🍙 서니, 🐿️ 소연, 🐣 쎄오리, 🐯 엘라, 🌈 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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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도리 : 당신의 가슴에 위픽 새기는 마케터.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엘라 : 이다음에 커서 웃긴 사람이 되는 게 꿈입니다.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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