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사이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끊임없는 마감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마감을 하고, 마감을 하고, 마감을 했습니다. 한순간에 무너져내린 일상을 가까스로 지켜내며, 무사히 마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구나,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아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절망이 마음 가득 차오를 때,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 시상식 기자회견에서 하신 말씀이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때로는 ‘희망이 있나?’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얼마 전부터, 몇 달 전부터 아니면 그전부터일지도 모르겠는데 ‘희망이 있을 거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희망이 있을 거라고 희망하는 것, 바로 그것이 희망이라는 것을, 저도 지난 주말 거리에서 똑똑히 보았습니다. 희망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우리 모두 끝까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희망을 이야기하는 소설, “나는 너에게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권김현영 작가님의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가 12월 18일까지 공개됩니다.
남들보다 높은 체온과 정전기를 일으키는 독특한 체질의 ‘씨씨’. 사람이 아니거나 사람으로 취급되지 않거나 심지어 사물이나 동물들조차 틈만 나면 씨씨에게 몸을 붙입니다. 그런 씨씨 앞에 나타난 ‘D’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며 씨씨를 안심시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D의 말과 행동에서 씨씨는 어떤 위화감을 느껴요. 씨씨의 가장 친한 친구 ‘권’은 씨씨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 권은 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사랑하기 위해서 애쓰는지 답답해하며, 차라리 여자를 만나라고 권합니다. 씨씨는 결국 여성의 몸과 이름에 가해지는 폭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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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문학이 제대로 탐색하지 못했던 문학적 가능성” “’평균적인 인간(성)과 전형적인 삶이라는 정상성에 맞서,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의외의 비인간성” “남들에게는 해괴하고 기이해 보여도 자신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세계”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2025년 제70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김지연 작가님의 신작 소설 〈새해 연습〉이 위픽에 도착하였습니다.💌
일찌감치 이혼한 부모님을 두고 이쪽저쪽을 오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기숙사가 있는 공장에 취직해 혼자 살기 시작한 ‘홍미’. 세상에 자신을 지켜주는 것이라고는 법밖에 없다고 여겨온 그에게 어느 날 살아 계신 줄도 몰랐던 할머니 ‘양지’의 부고가 도착합니다. 유일한 혈육인 홍미에게 남겨진 것은 양지가 18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써온 일기들이에요. “아무래도 누가 보는 건 남사스러운” 그 일기들을 읽으며 홍미는 자신에게 남겨졌을지도 모를 양지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마음이 어수선한 연말입니다. 새해가 다가올 때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는 없었던 셈 치고, 1월 1일부터는 새롭게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지만 좀처럼 잘되지는 않지요. “시행착오 같은 건 다 지”난 어른이 언제쯤 될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매해 보내고 계시지는 않은가요? 그렇게 지나친 한 해 한 해가 문득 아깝다고, 돌아보니 참 좋았는데, 하고 아쉬워하신 적은 없나요? 다가오는 새해를 위해 세워두신 계획이 있다면 1월 1일이 아니라 오늘, 2024년 12월 11일부터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새해를 연습한다고 생각하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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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는 아주 오랜만에 마음이 편했다. 일을 그르쳐도 된다고,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편해질지는 몰랐다. 혼자 죽는 것도 괜찮다. 그렇게까지 생각했다. 매일매일의 삶을 살다가 혼자 죽게 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겨우 그 정도로 삶 전체를 쓸쓸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홍미는 자신이 한 움큼 집어온 종잇조각을 좌식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그중에는 무슨 글자인지를 통 알아볼 수 없는 것이 있었고 잘 아는 글자도 몇 있었다. 홍미는 자신이 가진 종잇조각 몇 개를 끼워 맞춰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창때
달의 빛은
공짜다
홍미는 그것을 자신의 수첩에 잘 끼워두었다. 할머니로부터 물려받기로 한 것은 그게 전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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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고양이가 잔뜩 나오는 소설, 금정연 작가님의 《모두 일요일이야》가 출간됩니다. 《모두 일요일이야》에는 연재 지면엔 없던, 이 첫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님을 거쳐간 수많은 기상천외 스펙타클한 시놉시스와 그 비하인드가 잔뜩 담겨 있으니 님도 놓치지 않고 만나보셔요. ‘산타 빨강’🎅의 영롱하고 오묘한 색감도 실제로 봐야 더 아름답다는 사실! 레드와 그린으로 꾸민🎄 위픽과 함께 맞을 크리스마스를 남몰래 잔뜩 기대 중이었는데, 올 연말은 슬프고 바쁘고 그럼에도 으쌰으쌰 힘을 내야 하는 시간들로 채워질 것 같아요. 유난히 더 춥게만 느껴지는 12월, 우리 모두 ‘겨울’☠️과 잘 싸우고, 멋지게 승리해보아요!
🥐 레아 : 김나현 작가님의 《예감의 우주》💊와 김화진 작가님의 《개구리가 되고 싶어》🐸가 출간되었습니다! 두 작품의 테마는 ‘사랑과 우정’이었습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앞서 내다보는 힘인 ‘예감’과 ‘연기’를 가진 인물이 한 명씩 나오는 것도 재밌었죠. 《예감의 우주》에서 주인공은 사랑하는 애인의 죽음을 예감하고서 우주로 떠나고, 《개구리가 되고 싶어》에서 연기가 되어 미래의 일을 보는 친구 수경은 권태에 시달리는 주인공에게 변함없는 우정을 나눠주죠. 편집하면서 저는 ‘와 난 이렇게는 못 한다……’는 생각도 조금 (많이) 했었는데요. 만약 님이라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어디까지 하실 수 있나요?🤔 참, 12월 20일에는 김화진 작가님과 함께 진부책방에서 《개구리가 되고 싶어》 완독회를 합니다. 위픽의 2024년 마지막 오프라인 행사가 될 예정이에요. 오시는 분? 책방에서 만나요!🎄
🍙 서니 : 박이강 작가님의 《잡 인터뷰》가 오늘 출간되었습니다!🎉 해고될 위기에 처한 경력 13년 차 마케터 ‘리아’와 앳된 얼굴에 레게 머리와 문신을 한 면접관 ‘TT’의 면접을 그린 이 작품에는요. 여러 글로벌 기업을 거쳐 외국계 투자은행 한국법인 이사로 재직하신 박이강 작가님이 바라본 ‘기업 세계’의 정수가 녹아 있습니다. 며칠 동안 어렵게 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앞에 두고도 “자, 그럼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하는 질문을 받아보신 적 있나요?😭 그 질문에 마음속으로 ‘자소서에 다 나와 있잖아!🤬’라고 대답해보신 적은요? 내가 누구인지 말하라니, 어디에서도 대답하기 어려운 그 질문은 면접 자리에선 정말 최종 보스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시시각각 판단하고 사정없이 심판하는 잡 인터뷰의 세계! 리아는 무사히 새 직장을 찾을 수 있을까요? 《잡 인터뷰》에서 확인해주세요!
🐿️ 소연 : 12월의 위픽 네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빨강 연두 조합! 크리스마스 선물🎁로 딱이겠죠? 장안의 화제작 권김현영 작가님의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 단행본 마감을 했습니다. 다음 주면 노랑노랑🐥 예쁜 옷을 입은 실물 책을 보실 수 있어요. 깜짝 손님과 권김현영 작가님의 대화도 함께 실려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모두들 한 해를 정리하는 이때에…… 아직도 다섯 권의 마감이 남아 있다니…… 믿을 수 없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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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님은 〈작가의 말〉을 찾아 읽는 편인가요? 저는 〈작가의 말〉과 해설을 자주 찾아보지만, 가끔 〈작가의 말〉이 주는 너무 명확하고 선명한 ‘힌트’에 이미 끝마친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면 〈작가의 말〉까지가 소설이 되어버리는, 〈작가의 말〉 자체가 소설이라는 허구의 재현으로 자리 잡는 아이러니를 느끼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천희란 작가님의 《작가의 말》은 그 허구와 사실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무겁고 묵직하게 걸어나가는 이야기예요.
💬 그것이야말로 허구의……
몇 해 전 ‘나’는 깊은 우울과 반복적인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인물의 내면을 받아쓴 소설을 발표했어요. 그것은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발표할 때는 마침내 죽음을 향한 들끓는 욕망이 잦아들었다고 믿었고,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전에 없던 해방감과 자유의 짧은 유효가 다하자 허무와 우울 속에 더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리라는 근거 없는 예감이 빠르게 ‘나’를 사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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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님은 〈작가의 말〉을 찾아 읽는 편인가요? 저는 〈작가의 말〉과 해설을 자주 찾아보지만, 가끔 〈작가의 말〉이 주는 너무 명확하고 선명한 ‘힌트’에 이미 끝마친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면 〈작가의 말〉까지가 소설이 되어버리는, 〈작가의 말〉 자체가 소설이라는 허구의 재현으로 자리 잡는 아이러니를 느끼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천희란 작가님의 《작가의 말》은 그 허구와 사실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무겁고 묵직하게 걸어나가는 이야기예요.
💬 그것이야말로 허구의……
몇 해 전 ‘나’는 깊은 우울과 반복적인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인물의 내면을 받아쓴 소설을 발표했어요. 그것은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발표할 때는 마침내 죽음을 향한 들끓는 욕망이 잦아들었다고 믿었고,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전에 없던 해방감과 자유의 짧은 유효가 다하자 허무와 우울 속에 더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리라는 근거 없는 예감이 빠르게 ‘나’를 사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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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햇살이 집 안 깊숙이 들어오는 완벽한 서향의 복층 집으로 이사하며 집이 글쓰기의 의욕을 되살려주거나 쓰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부정하지 않게 해줄 공간이기를 기대해보아요.
⚠️ 위험이다
그러나 장마가 본격적으로 찾아오기도 전에 집은 ‘나’의 기대를 배반하고, 천장 곳곳에서 물이 떨어지고 곰팡이가 어둠처럼 번지는 가운데 ‘나’의 눈에 ‘턱걸이를 할 수 있는’ 운동 기구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아래층 옷방에는 길고 질긴 간절기용 머플러가 걸려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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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한 발자국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선 ‘죽음’을 뒤로하고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요?
‘현재의 죽음’에서 살며, ‘허구의 삶’을 꿈꾸는 ‘나’의 이야기.
삶과 죽음의 아찔한 시소를 가장 절묘하게 그려낸 《작가의 말》.
그 허구의 위험에 작은 주의를, 작가의 쓰기와 독자의 읽기에 높은 경의를 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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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희란, 《작가의 말》의 작가의 말에서
또한, 내가 지금 쓴 문장들이 언제든 나를 배반하거나 모욕할 것을 알고 있다. 이 예감은 몹시 황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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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로 딱!🎁
12월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위픽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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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72 금정연 《모두 일요일이야》
“시시한 것 하나를 찾아 죽도록 사랑하는 것.” 서평가 금정연의 첫 소설!
사소하게 시작되고, 느닷없이 끝나며, 미련하게 기억되는 너와 나의 우정에 관하여
위픽 73 박이강 《잡 인터뷰》
“오늘 우리가 편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시시각각 판단하고 사정없이 심판하는 잡 인터뷰의 세계!
함정을 파는 자와 함정을 피하는 자의 끊임없는 줄다리기
위픽 74 김나현 《예감의 우주》
“나 혼자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아?”
막막하고 깜깜한 우주에 띄운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
위픽 75 김화진 《개구리가 되고 싶어》
“기대하지 않기. 실망하지 않기. 누군가를 알려고 하지 않기.
나에 대해 알려주려고 하지 않기.”
권태와 우울로 잠기는 날이 오더라도, 다시 한번 뛰어오를 수 있다고 믿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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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고고, 🥐 레아, 🐬 도리, 🍙 서니, 🐿️ 소연, 🐣 쎄오리, 🌈 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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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착하게 살자.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도리 : 당신의 가슴에 위픽 새기는 마케터.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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