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설 연휴가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첫 주입니다.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시간, 맛있는 음식, 그리고 오랜만에 나눈 이야기들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겠죠? 혹은 예상치 못한 바쁜 일정에 지쳐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어느 쪽이든, 부드럽게 페이스를 되찾으며 새로운 한 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위픽과 함께요!
“될 때까지 해보면 언젠간 뭐라도 되어 있잖아.” 성해나 작가님의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가 2월 12일까지 연재됩니다.
‘재서’는 건축학과에 다니는 대학생입니다. 의심이 많고, 자기 확신도 부족해요. 반면에 동기 ‘이본’은 무엇이든 똑 부러지게 해내는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고택을 개축 설계하는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게 되고, 결국 ‘개축’보다는 ‘재건’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낡고 해진 채로도 끝내 곁에 남아서 우리를 지켜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우리를 평생 돌보는 것은 집 그 자체가 아니라 집을 짓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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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술, 담배, 커피보다 끊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장편소설 《치치새가 사는 숲》《취미는 사생활》, 소설집 《마음만 먹으면》 등으로 특유의 리드미컬하고 묵직한 문장, 서스펜스적인 구성을 선보이며 수많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진영 작가님의 신작 단편소설 〈김용호〉를 공개합니다.
‘나’는 데뷔 당시 자신을 추행했던 모 평론가를 고소하기 위해 혜화의 한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합니다. 명백한 증거로 일찍 끝나게 된 상담에 변호사는 “더 궁금하신 거 있느냐”고 묻고, ‘나’는 ‘김용호’라는 이름을 꺼내게 돼요. 길을 걷다 모르는 사람이 “아줌마!” 하고 외치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유대가 전혀 없던 엄마라는 존재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받는 나이가 되고 나서야 말하게 된 그 이름을 말이죠.
그러나 그때의 이야기를 듣던 변호사는 유감스럽다는 듯 “공소시효가 지났어요”라고 말하고,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 희망 속에 “나는 익숙한 안도감을” 느낍니다.
20년도 더 전. ‘나’는 천안에 있던 엄마 집에서 ‘김용호’라는 남자를 만났고, 당시엔 그가 엄마의 친척인 줄만 알았고, 그는 금강하구둑에서 우리의 첫 가족 사진을 찍어주고. 그리고…….
허무하게 종료된 상담을 뒤로한 채 출간될 책의 편집자를 만난 ‘나’는 그로부터 자신의 지인이 연출하는 〈TV는 사랑을 싣고〉 리메이크판의 사연자가 되어줄 것을 부탁받게 됩니다. 그렇게 ‘나’는 김용호. 그러니까 작가에겐 ‘김용호 아저씨’라고 소개한 ‘김용호’를 찾기 위해 출연을 결심하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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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끊었다. 술에 취해 울고불고했던 지난날과 작별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왜 울어야 한단 말인가? 왜 내가, 울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잘 살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슬프다기보다는 심심해서, 그저 시간을 죽이려고 슬퍼하는 것 같았다. 우울이 취미화될 조짐이 보였다. 좋지 않았다. 그리고 술은 우울을 부추김으로써 위험한 결정에 복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냥 끊자, 싶어서 그냥 끊었다. 딱 사흘만 참으니까 그 뒤로는 괜찮았다. 술을 안 마시면 세상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중략)
내가 끊을 수 없는 건 김용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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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설 명절 잘 보내셨나요? 긴 연휴를 끝내고 돌아오니 남은 거라곤 마감, 마감, 마감뿐이군요. 하하. 지난 레터에서 잠깐 언급했던 600쪽 소설이 이달 말 출간될 예정이라 정신없는 2월을 보내게 될 것 같아요! 《나의 작은 무법자》🤠라는 제목으로 선보여질 이 책은, 영미권에서는 이미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전 세계 범죄 소설 매니아들의 심장을 녹이고 있는 크리스 휘타커(Chris Whitaker)의 ⭐국내 초역⭐ 장편소설이에요. 오케이교를 봐주신 🐿️ 소연 님도 엄지를 척 들며 재미를 인정한 페이지터너랍니다. 표지도 어찌나 마음에 들게 나왔던지. 디자이너님께 못다 한 세배를 드릴 뻔했다니까요. 하나부터 열까지 못난 곳 없는 이런 책…… 흔치 않다, 흔치 않아를 주문처럼 되뇌이며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보겠습니다ㅏㅏㅏ 🐎
🥐 레아 : 긴 연휴 동안 500쪽짜리 《트루 비즈》를 보면서, 이 소설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해보았어요.🤔 언어가 단순히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정체성을 정의하는 수단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고, 축소되어가는 농인 커뮤니티와 설 자리를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사회적 연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고, 인공와우라는 기술과 신체의 불화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고요. 페이스트리 레이어처럼 촘촘한 이야기들 가운데서 딱 하나만 뽑은 다음 “이 부분이 제일 맛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외쳐야 되는데, 해도 해도 어려워요. 그야 페이스트리는 한입에 다 넣어야 맛있는 법이잖아요!🥺
🍙 서니 : 요즘은 인연에 관해 생각합니다. 지난달 출간된 《카산드라의 여자들》을 옮겨주신 송섬별 역자님과는 새내기 시절 전 직장에서 처음 작업했었거든요. 당시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헤어졌는데(샘, 이런 얘기 해도 되나요…….) 5년 만에 재회하게 된 거예요. 원래 저는 《카산드라의 여자들》 담당자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카산드라의 여자들》 책거리를 하며 옛날 이야기를 떠들다 오니, 다음 책 교정지도 도착했어요. 다음 책을 도와주시는 분도 전 직장 선배!🫢 살갑지도 않고 사람 챙기는 것도 잘 못 하는 저지만(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편…….) 이렇게 가늘고 길고 헐겁게 시침질하듯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어온 인연으로 새로운 기획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출간 제안드렸다가 아쉽게 함께하지 못했던 작가님과 하반기에 재밌는 걸 만들어보려고요.🍞📓✏️ 점심시간에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이 책 해볼까? 하고 생각나서 오랜만에 연락드렸더니 반겨주셨거든요.🙌 계약과 출간까지 무사히 성사되기를!🤍 제가 요즘 매일 듣는 노랫말을 띄웁니다. “머릿속이 온통 꽃밭이든 소녀 만화든 이제 뭐든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 소연 : 길고 긴 연휴를 🐶 고고 님이 말씀하신 600쪽짜리 소설 《나의 작은 무법자》🤠 오케이교와 함께했습니다. 경기도 양평의 부모님 집에 갔다가 펑펑 내린 눈❄으로 며칠간 고립되었는데, 어디 갇혀서 읽기 딱 좋은 소설입니다……. 긴 연휴도 당해내지 못할 분량이었는데요, 오랜만에 느끼는 묵직한 감동에 아직까지도 깊은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2021년 골드대거상과 식스턴 올해의 범죄소설상을 수상하고 거의 모든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힌 소설, 이동진 작가님‘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소설…… 딱 2주만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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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아 : 여러분은 신기한 일을 겪어보신 적 있나요? 귀신을 봤다든지, 유체이탈을 경험했다든지, 꿈에서 본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다든지, 계시를 받은 것처럼 병이 낫고 로또 번호(!)를 깨우쳤다든지……. 전 세계에 “아, 나도 처음엔 안 믿었는데……”로 시작되는 신기한 이야기들이 잔뜩 있는 걸 보면, 기이 현상이란 나의 믿음과 상관없이 모두 실제로 벌어졌던 일인지도 몰라요.
귀신과 무당, 사이비 종교, 각종 미신, 신화와 전설, 괴담까지 추.미.스의 영역에 한 발을 걸친 기이들이 엄청난 경합을 벌입니다. 안 믿어줄까 봐 민망한 기기괴괴도 털어놓고 싶어지는 그곳, 장례식장에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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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모두 고르시오.
큰아버지(집안 큰어른) : “내가 생물학과 교수 동료들하고 대학원생들하고 계룡산에서 희귀 버섯 채집하다 폭우를 만나지 않았겠니. 그때 깨달았지. 아, 내가 연옥에 다녀왔구나. 사후세계는 존재하는구나.”
큰어머니 : “나도 처음엔 이 양반이 뭐 씌었나, 했는데, 보다 보니 아니더라고. 저번 새벽 영성 기도회에서, 왜 혈맥이 확 뚫린다는 말 있잖아요. 내가 그날 이후로 그리 시달리던 관절염이 다 낫지 않았겠어…….”
큰고모(장례식장의 지배자) : “어디 남의 상갓집 와서 씨알도 안 먹힐 소리 하고 있어! 귀 씻어라. 헛소리 들으면 귀로 험한 것 들어온다.”
막내 고모 : “애들이 꼭 오겠다는 걸 내가 뜯어말리지 않았겠니. 우리 첫째가 이달에 결혼하거든. 상문살 나면 어쩌니.”
(아빠 동창 친구 : “공중화장실 들렀다 가시든가요. 싹 나갑니다.”)
엄마 친구(문화원 민요반) : “지금쯤 천국에서 같이 좋아하던 찜질방 다니며 놀고 있을 거야. ……아, 그런데 미희 씨 교회 다니셨던가? 무교면 어디 가는 거야?”
(엄마 친구 남편 : “그야, 한국인이니 염라대왕한테 갔다가 49재 지나면 업보에 따라 환생하겠지.”)
작은아버지 : “어제 꿈에 네 할아버지 할머니 오랜만에 오시지 않았겠니. 두 분 깨끗한 하얀 한복 입고 오셔서 형수 좋은 데 데려가니까 걱정 말라고 하시더구나.”
작은어머니 : “저승 가면 그래도 내 부모님하고 같이 알콩달콩 살 줄 알았는데, 죽어서도 이씨 집안 귀신이란 말인가……. 죽기 직전에 이혼 서류 가라로라도 쓰면 혹시 박씨 집안 귀신으로 편입되나.”
막내 이모 아들 : “우리 있던 부대가 뭐랄까, 배산임수에 좌청룡 우백호라고 하잖습니까. 영험한 기가 쫙 모이는 산세 있잖아요. 딱 그런 데였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가만 휴전선 근방을 보는데 뭐가 희끄무레한 것들이 움직이더란 말이지요.”
사촌 형부 : “하얀 한복 입은 사람들이 휴전선에서 우루루 내려오는 거라도 봤어? 나도 봤다, 짜샤.”
둘째 이모 딸 : “가위눌림…… 이란 거 알아? 그 왜, 내가 저번에 야근하다가 엄청 피곤해서 까무룩 잠든 적이 있는데 말이지, 어, 음, 그게, 난 진짜 그런 거 안 믿지만…….”
큰당숙 : “아, 내가 그렇게 집에 환자 있을 때 묫자리 바꾸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큰당숙모 : “우리 선산이 원래는 앞에 강줄기 흘러서 화기 쭉쭉 빨아들이는 지형이었는데 산 앞에 큰 아파트 단지 올라와서 기 꽈악 막혔다고 부동산 하는 사람에게 여러 번 들었수다. 그래서 요새 집에 악재만 있고 환자도 줄줄이 생기지 않았겠소.”
둘째 당고모 : “나 아는 데 가서 나처럼 채식하고 생식했으면 너희 엄마도 살았을 텐데.”
나 : “매일 봐요. 그 기적을, 신비를. 어릴 때부터 매일, 수도 없이, 질릴 만치.”
민재 : “느이 엄마 가신 날 내 꿈에 오셨다. 니가 하도 울어서 안 되겠다고, 옆에 좀 있어달라 그러시더라.”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말일까요? 알고 싶다면 한국 SF를 대표하는 작가, 김보영 작가님의 “사실주의 소설” 《헤픈 것이다》를 읽어보세요. 그야 이 소설은 SF도 아니고 거짓말도 비현실적인 일도 일어나지 않는걸요. 사실주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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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영, 작가의 말에서
새로 단편을 쓰려다 보니, 왠지 이야기를 연이어 자아내는 것에 지치는 기분이라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나답지 않게 사실주의 소설을 쓰게 되었다. 독자가 어떻게 느낄지 몰라도 나로서는 지나치리만치 현실적인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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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뱀의 해, 이무기에 관한 소설부터 새해 이야기까지.
신년 맞춤 위픽을 소개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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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77 배명은 《계화의 여름》
“돌아오고는 있는지. 금방이라면 얼마나 금방인지.”
천 년 이무기와 인간의 풋내 물씬한 한여름 빛깔 첫사랑
위픽 78 이두온 《돈 안 쓰면 죽는 병》
“대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지긋지긋해한다. 너무 좋아서, 그럼에도 없어서.”
한국문학의 새로운 흐름, 시대의 ‘쓸모’를 파헤치는 2025년 이두온 월드의 서막.
위픽 79 김지연 《새해 연습》
“그러니까 올해는 늘 새해를 위해 연습하는 해였다.”
제70회 현대문학상 김지연 신작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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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고고, 🥐 레아, 🐬 도리, 🍙 서니, 🐿️ 소연, 🐣 쎄오리, 🌈 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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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 : 착하게 살자.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도리 : 당신의 가슴에 위픽 새기는 마케터.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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